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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브랜드의 뒤를 보라

매일매일 세 브랜드 #25.

아침부터 미팅 3건을 연달아 하니

오후 5시가 되었다.

그제서야 한 끼도 먹지 못했단 걸 깨닫고

근처 식당에서 낙지덮밥을 먹는다.

물론 어쩌다 있는 일이다.

하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어떤 이들에겐 매일 있는 일이다.


'브랜딩'을 호사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멋지게 네이밍을 하고 로고를 만들고

BI, CI를 만들고

스토리를 붙이는 걸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

미안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제대로 된 브랜드들은 기본 10년,

생사와 존폐를 가르는

숨막히는 수십 년의 경험들로 만들어진다.

그러다 어느 날 무언가가

쨍하고 터지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 하나를 물고 늘어진다.

마치 그것이 '브랜딩'의 전부이자

원스탑 솔루션인 것처럼.

그 섹시함에 묻혀

진짜 이야기는 손쉽게 가려진다.


하지만 내가 아는 진짜 브랜드들은

절대로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막막함 속에서

마지막 힘을 짜내 만든 무언가가 조금씩 반응을 얻고

그것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여

의도하지 않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야 성공 스토리일지 몰라도

그들에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일지도.


그래서 성공사례를 쉽게 언급하는건

언제나 조심스럽다.

저 안에 얼마나 많은 실패와 눈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지

조금은 미루어 짐작 가능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저 발견되어지고 정리할 수 있을 뿐.

오늘 소개하는 브랜드들도

아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1. 와이어드호텔


에이스호텔과의 제휴 혹은 합작으로

비교적 근래 등장한 일본의 호텔 브랜드,

다른 건 뭐 그렇다치고

호텔 1마일 이내의 '가볼만한 곳'을 소개한

카드 아이템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누구든 여행을 하면

가장 필요한 정보가 맛집이나 여행지 아닐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오지 않은 여행자라면

더욱 그럴 듯.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마치 수도자의 필사 작업을 연상시킨다.

그것은 정보 이상이다.

한땀 한땀 수놓은 수제품을 만들듯

고객의 니즈를 특별한 '경험'으로 완성한다.

이런 서비스에 이 정도의 정성이라면

다른 서비스는 오죽할까...

이것이 그들이 의도한 거라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2. 나는 자연인이다


2012년에 1%대의 시청율로 시작해

2017년에 6%의 시청율로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종편 중에서 MBN이 만든 성과니

한 번 더 놀랄 수 밖에 없다.

'한끼줍쇼'와 맞짱을 떴다는 건 둘째 치고

40대 시청율 1위라는 타이틀이 더욱 놀랍다.

왜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볼까?

숨막히는 도시 탈출에 대한 동경일까?

적어도 그들 보다는 내가 낫다는 위안일까.

1년이면 52명, 6년이면 300여명,

그 많던 자연인들은

어디서 무슨 사연으로 산으로 숨어든 것일까?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3. 오구실, 72초 혹은 이마트


대한민국에서 '결혼'이란 걸 한 사람이라면

이 동영상을 보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이마트의 광고라지만 '오구실'이 먼저 떠오르고

이 동영상의 시작이 되었을 '72초'가 떠오른다.

약 빤 동영상들이 판치는 시대,

그 속에서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건

어마어마한 연구와 고민과 한숨이 뒤따랐을 터,

복사에 복사를

카피에 카피를 거듭하는 웬만한 공중파 방송보다

이들의 3분 동영상이 더 큰 위로와 감동을 준다.

그 감동 뒤에 따른 반전은

이들의 '젊음'과 '감각'에

다시 한 번 무릎을 치는 포인트가 된다.

아마 이들은

대세가 될 것이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나의 시선> 블로그

http://bit.ly/2wG9e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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