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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브랜드, 작지 않은 이야기
by Brand Story Finder 박요철 Aug 18. 2017

작은 기업에도 '브랜딩'이 필요할까?

약 1년 전, 뜻하지 않게 혼자 일하는 1인 기업이 되었다. 작지만 나름 이름만 대면 알던 회사에서 일하던 내겐 두려운 일이었다. 약 15년의 직장생활을 이어오는 동안 딱 한 번 3개월 정도 쉰 적이 있었는데, 이미 그때 월급쟁이에게 월급이 끊긴다는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지나친 기우였다. 적어도 아직은 잘 살고 있다.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좋은 분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사람이 사람을, 일이 또 다른 일을, 신뢰가 신뢰를 부르는 선순환의 구조를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함께 일한 분들은 대부분 작은 기업의 대표나 중견기업의 부장, 이사님들이다. 규모는 작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소 5년 이상, 때로는 10년을 넘긴 탄탄한 회사를 직접 경영하거나 창업공신인 분들을 주로 만난다. 화장품 회사, 학원 원장, 미용, 온라인 광고 회사, 주방용품 제조업... 그리고 그때마다 느낀다. 규모와 매출, 직원수 같은 편견을 내려놓고 보면 자신의 업을 통해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낸 구루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대기업이나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어도 나름의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겸손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하면 여유있는 큰 회사의 사치스러운 영업 활동으로 여긴다. 회사 이미지의 포장 쯤으로 생각한다.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마케팅 활동 쯤으로 바라본다. 더구나 이 영역의 전문가들은 예산 때문이건 레퍼런스 때문이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한다. 자연스러운 시장 균형의 결과일 수도 있으나, 이런 간극이 작은 기업이나 1인 기업에게 '브랜딩'을 나와는 거리가 먼 사치스러운 고민으로 여기게 한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지금의 내가 먹고 살 길은 막막했을 것이다. 10년 이상 국내외의 유명한 브랜들을 취재하고 글을 쓰고 컨설팅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지만, 일개 개인인 내게 '일'을 줄 대기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조금 달랐다. 규모는 작아도 '브랜드'를 고민하고 '브랜딩'을 실천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민의 치믈리에 자격시험, 돈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일까? 분명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없이는 불가능한 이벤트다


내가 만났던 중소기업들은 매출은 크지 않아도 나름의 영역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수년 이상 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 시장이 성장하면사 자연스럽게 경쟁업체가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국내 제조업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해외의 유명 브랜드를 수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나라의 좀 더 경쟁력 있는 브랜드들이 한국에 상륙하는 순간 수년간 쌓아왔던 안정적인 시장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시장에 없던 제품이나 아주 작은 시장을 가진 니치마켓,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차별화되었던 제품들도 결국은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곤 했다. 아예 시장과 소비자가 바뀌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SNS를 위시한 광고 매체와 채널의 다양화로 더욱 빨라졌다. 이런 경우 누구라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을까? 다음 5년, 10년은 무엇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해법의 하나로 '브랜드'와 '브랜딩'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가 만난 중소기업의 대표, 임원분들이 한결같이 토로하는 고민이자 이슈, 그게 다름아닌 '브랜드'였다.


지난 10년 간 가장 브랜딩에 성공한 회사를 꼽으라면 '현대카드'와 '우아한형제들'을 꼽을 수 있겠다(요즘은 '칸투간'과 '무신사', '밀도', '야놀자'를 주목한다). 적어도 브랜드에 관한 이론을 가장 혁신적으로, 교과적으로 실행한 회사들이다. 그러면 대번 이런 반문을 던질 것이다. 우리는 그런 '브랜딩'을 집행할 돈도 여력도 없다고 말이다. '배달의민족'처럼 수백억 대의 투자를 받는다면 그때 고민해보겠노라고 말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회사들이 하는 마케팅이나 광고, 프로모션과 이벤트들만이 '브랜딩'일까? 브랜드 전문지에 일하는 동안 내부 에디터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들 중에는 아주 작고 사소한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홍대의 '조폭떡볶이'가 그랬고, '여행박사(지금은 크게 성장했지만)'가 그랬고, '로우로우'(역시 지금은 커졌지만)같은 브랜드가 그랬다. 이유는 간단하다. 브랜딩의 핵심은 규모가 아닌 '자기다움'의 발견과 그 실천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엄청난 자본이나 투자가 아닌 한 개인의 철학과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빵집 '밀도'. 조그만 회사에 무슨 '브랜딩'이냐고? 작아도 '브랜드'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에 수백 년 된 가게들이 그토록 많이 존재하는 것도, 그들이 의도적으로 성장을 제한해가며 자신들의 고집을 지켜가는 이유도 '뭣이 가장 중헌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브랜드란 무엇인가? 자신이 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전달하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돈을 버는 것이라고? 그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돈만 벌고자 한다면 '차별화' 자체는 요원해진다. 누구나 돈을 벌고 하고 싶기 때문이고,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라고 할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돈 말고도 얻고 싶어하는 것, 돈 말고도 전하고 싶어하는 것, 돈 말고도 열심히 일하고자 간절한 이유, 그것이 필요해진다. 그것이 바로 진짜 '브랜딩'이다.


최근 20년간 에스테틱 분야에서 일해온 대표님 한 분을 만났다. 이미 몇 개의 브랜드를 갖고 계시고 마음 속에는 이미 미래의 브랜드 몇 개를 준비하고 계신 분이었다. 첫 약속을 하고 찾아가던 날 여러 통의 문자를 받았다. 자신의 매장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지하철, 버스, 자가용 등의 다양한 변수에 따른 안내를 깨알같이 적어놓은 문자 메시지였다. 대부분은 알아서 찾아가는 편이지만 가끔은 주소를 알려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몇 번째 골목 어느 가게를 끼고 돌아 어떤 건물을 찾으면 되는지를 교통 수단에 따라 이렇게 자세하게 안내해주는 분을 만난 적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손님도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영업사원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날 그 브랜드와 대표의 선명한 '가치'를 선명하게 눈으로 보았다. 타인을 위한 '배려'와 '소통'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이렇게 체화된 가치는 손님같은 타인 뿐 아니라 내부의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몸이 아파 출근이 어렵다고 전화해 온 직원들을 대하는 매뉴얼이 이미 수많은 경험으로 체화되어 있었다. 그 직원 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까지 고려하고, 자신의 약점까지 인지한채 최고의 방법을 그 대표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쯤 되면 중요한 건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만이 아님을 금새 깨닫게 된다. 우리는 단지 '커피' 때문에 '스타벅스'에 가지 않는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연남동의 '커피 리브레'나 '프릳츠', '테라로사'를 찾을 것이다. 브랜드란 이처럼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얼마나 선명하게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서 결정이 된다. 이것을 조금 유식한 말로 '브랜드 경험'이라고 한다. 쉬운 말로 '고객 감동'이라고 한다. 이것은 매일 다니는 집 앞의 수퍼나 편의점에서 가능한 것이다. 브랜드란 이처럼 쉽고 사소하지만 그래서 신경쓰지 않는 디테일한 영역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만약 나라면 잘해봐야 카톡의 지도 정보만 보냈을 것이다


그렇다. '브랜드'는 '원 플러스 원' 마케팅이나 '약 빤 동영상'처럼 즉각적인 매출이나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일면식도 없는 한 사람을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신뢰를 얻는 과정이 쉬울리 만무하다. 하지만 '브랜드'와 '브랜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규모가 작고 매출이 작을수록 더욱 필요하다. 돈과 매장이 있는 누군가가 금방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를 약속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등장할 경쟁자를 미연에 방지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매일의 악전고투를 견뎌낼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신만의 유니크한 '경쟁력'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남다르게 해내는' 노하우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브랜드도 태생부터 강력한 아이덴티티와 컨셉으로 탄생하지 않았다. 매일 매일 생존을 위한 노력이 쌓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차별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회사의 고유의 문화와 경쟁력으로 승화시키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일들을 해내는 작은 회사들이 결국은 큰, 작아도 매력 넘치는 브랜드가 된다.


그럼 구체적으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냐고?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더 상세한 사례와 함께 찾아보기로 하자.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브랜드는 돈 많고 규모 있는 회사의 취미 활동이나 이미지 포장이 아니다.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가 난무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활동이다. 생존이 절박한 작은 회사일 수록 더욱 그렇다. 한 1년 일하고 본전만 뽑은 채 유유히 이 시장을 탈출할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 타이틀이미지 출처: '밀도' 홈페이지

http://bit.ly/2fPW2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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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작은 브랜드, 작지 않은 이야기
7년간 브랜드 전문지에서 글을 썼습니다. 개인과 기업이 만들어가는 브랜드 스토리를 '발견'하고 '정리'하고 '전파'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최근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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