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욕망하라

사흘에 한 권, 작심삼책 05.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들이 있다.

바로 옆에 있지만 알지 못하는 세상들이다.

내겐 에스테틱이나 스파가 그런 곳이었다.

생전에 가보지 못할 이곳을

비즈니스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평소라면 쉽게 만나지 못했을

일과 인생의 고수를 만났다.

'슬림엠'의 박정현 대표가 바로 그런 분이다.


그와 네 번의 식사를 했다.

더 정확히는 대접을 받았다.

때로는 스파게티와 와인,

어느날엔가는 순두부를 먹었다.

평소에 자주 들르는 곳이라 했다.

그곳에서 인터뷰를 가장한 인생수업을 받았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일이 일을 넘어 깨달음을 얻는 순간,

내겐 그 네 번의 저녁이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그는 장사와 비즈니스 너머를 보고 있었다.

자신의 업 전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게 만들기 위해

수백 페이지 매뉴얼을 만드는 동시에

동종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소규모 샵의 원장님들을 위한 재교육 학원을 만들고

해마다 대규모의 포럼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익을 우선했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어쩌면 해서는 안될 일들이었다.

프랜차이즈를 고민하고 체인점을 늘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의사들이 그 혹독한 수련의의 시간들을 견뎌내는건

안정된 직장과 연봉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높은 사명의식과

그에 준하는 사회와 주변의 대우 때문이다.

그 자부심이 고된 근무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모든 업들이 그런 대우를 받진 못한다.

소규모의 에스테틱(피부관리)샵들도 그런 업 중 하나다.

박정현 원장은 이것을 바꾸고 싶어했다.

단순한 피부 관리를 넘어

한 사람의 삶의 밸런스를 지켜줄 수 있는

'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업의 격'을 높이고 싶어했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책만 쓰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치열하게 일한다.

손님이 자리를 뜨는 순간 시트를 걷고

세 시간마다 이뤄지는 꼼꼼한 청결과 위생 때문에

전국을 얼어붙게 만든 메르스 사태 때에도

손님이 줄지 않았다.

수천 만원의 기계를 아낌없이 사들이면서도

건물을 올리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하며,

철저한 직원 교육과 매뉴얼에 의한 관리로

그의 샵엔 공짜를 원하는 진상 고객들 대신

서로의 업을 존중하는 '진짜' 고객들만 온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의 디테일 뒤에는

창업자의 굳건한 철학이 자리잡고 있음을.

그에겐 사업의 성공이 멋들어지게 올라간 건물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똘레랑스,

즉 끈기와 GRIT의 정신이었음을 알았다.

그의 브랜드가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없이 많은 창의적인 마케팅이 가능해던 이유는,

20년을 훌쩍 넘기고도

여전히 에너제틱하게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한 권의 책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보다 '자기답게' 살고 싶어했던 열망 때문이었다.


이 책은 여성만을 위한 책도 아니다.

뷰티업계 종사자만를 위한 책도 아니다.

가장 자기답게 살기 원하는,

그래서 가장 아름답게 살기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일부를 함께 쓰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그 네 번의 저녁식사와 대화를 바탕으로.

나는 그 시간이 진심으로 행복했다.

그 행복이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졌다니 뿌듯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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