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브랜드는 싸우지 않는다

챕터로 책 읽기 #01.

"과연 이러한 브랜드들이 책에서 말하는 전략을 잘 활용하고 지켜서 오늘날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을까?"


'날마다 브랜드'의 첫 번째 장은 이렇게 묵직한 질문으로 첫 장을 시작한다. 하지만 익숙한 질문이었다. '브랜드'는 기업에 답을 줄 수 있는가. 줄 수 있다면 어떤 답을 주어야 하는가.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브랜드 컨설턴트'라는 이름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브랜드의 장점을 파악하고 소개하는 '브랜드 스토리 파인더'로 불러달라고 할 때 한결 마음이 가벼운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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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브랜드는 기업에 답을 줄 수 있는가. 줄 수 있다면 그 답은 어떤 것인가. 이 책은 시장과 기업, 사장님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대답을 한다. 애초에 브랜드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장인들의 정신이 '브랜드'란 개념으로 승화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의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브랜드 개념은 '마케팅 기반의 비즈니스 전략이나 모델로 통용'되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에 대한 오해와 혼란이 있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그러고보니 알겠다. 내가 왜 그토록 이 문제를 놓고 고민했는지를. 내가 배운 브랜드와, 시장과 기업이 기대하는 브랜드의 모습이 얼마나 어떻게 달랐던 것인지를.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라이프 스타일에 가치 있는 변화를 제안하고 그 약속을 잘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 책이 말하는 브랜드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 백 퍼센트 공감한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들은 그 제품의 기능적인 효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아이폰이 스펙이나 기능만으로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는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인, 자기표현적인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조금 식상하긴 하지만... 말과 글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그 '아우라'를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작은 기업들의 브랜딩을 1년 이상 고민해온 나는 이런 '브랜드의 본질'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당장의 매출과 내일의 생존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는 마치 교수와 선비들의 선문답처럼 들리기 십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은 '팔리는' 전략을 먼저 고민한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선택받는' 카피와 네이밍과 아이디어를 짜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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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것을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나가는 고단함을 이겨낼 때,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축적되어 어느 순간 자연스레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한 강한 결속을 느끼게 된다."


이 말을 곱씹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진짜 브랜드란 감각적인 카피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탄생하지 않는다. 설혹 성공한다 해도 일시적인 유행에 머무르는 모습을 참으로 많이 보아왔다. 그런 성공 조차도 목마른 기업들이 대부분인 것은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의 본질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브랜딩은 어렵다. 지금의 성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두 개의 계란을 저글링하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고객과 시장과 창업자와 직원, 그리고 헤아리기 힘든 고객의 마음 속 깊은 욕망과 예측하기 힘든 시대의 변화와 트렌드를 모두 이해하고 다루어야 하는 '고차 방정식'과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통용되는 단 하나의 절대함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가 고객에게 한 약속을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지켜내는 일'이 진짜 브랜딩이라는 고지식한? 결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마치 '비법'이 존재하는양 확신에 차서 무언가를 말하는 소위 '전문가'들에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소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이런 '원론'적인 설명에 마음이 가고 공감이 되는 것이다. '결혼'이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인생' 그런 것처럼. 마치 '좋은 글'의 정답이 '다독, 다작, 다상량'인 것처럼.


- 임태수 저, '날마다, 브랜드'를 읽고...



* 이 챕터에 그은 그 밖의 밑줄들...


- 브랜드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어떤 기능적인 편리함이나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도록 역할과 본분을 다한다. 이처럼 고객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브랜드는 쉬운 반면 업의 영역으로 대하는 브랜드는 어렵다.

- 애초에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데 절대적이거나 명백한 전략이라는 것은 없다.

- 정작 좋은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와 싸우지 않는다.

- 운동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열정을 지원하기 위해 고민하고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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