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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서른 셋

사브작 시리즈 #13. 오명석, '티몬'과 '성장판'

나는 서른 세살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를 만나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나는 서른 세살에 저렇게 뜨거웠을까?
저렇게 진지했을까.
저렇게 겸손하고 열정적이었을까.
그런 질문을 내게 던진 이유는...
그렇다. 그가 그랬기 때문이었다.
울림이 있는 만남은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선물 같다.
저녁 한 끼도 삼 순위의 목록을 만들어
그 한 번의 만남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가
그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엿보게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전율이 인다.
공명하고 배운다.
그는 '자기다움'을 찾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분주히 뭔가를 찾으로 발산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조용히 수렴하는 기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 그에 어울리는 답을 찾을 것이고,
어쩌면 이미 그 답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 한 마디만은 꽂혀 사라지지 않는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찾고 싶다는 말,
모두가 비범만을 쫓아 따라가는 시대에
흙속의 진주같은 평범함 속 비범함이라...
이건 정말 흥분되는 생각 아닌가.
내가 늘 고민하던 생각이라 그랬던 것일까?
모두가 가는 넓은 대로가 아니라
흔적만 있는 산길을 좇아 따라가다가
아무도 거대한 폭포수 하나를 발견한 것 같은
그런 희열을 그도 원하고 있었다니.
신은 허락할 것이다.
열렬히 그런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사람들을 그에게 붙여 주시고
종국에는 그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있으리라는 것.
그래서 나는 직감했다.
그가 서른 초반에 만났던,
독서모임으로, 또래들 모임으로 쏟았던 땀들이
보석같이 소중한 기회들로 되돌아오리라는 것을.
좀 더 그를 가까이 해야겠다.
모르지 않은가.
이 인연의 끝이 어디로 닿아 있을지.
새벽 일찍이 일어난 관계로,
아니면 그와 함께 먹은 청국장 탓인지,
돌아오는 길 내내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랬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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