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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소울뷰티 디자인', 김주미 대표를 만나다

우리는 가끔 낯선 사람을 만난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나름의 기준이 있어서

그 기준을 벗어난 사람들을 만날 땐 조금은 긴장하게 마련이다.

내가 만난 김주미 대표가 그랬다.

고등학생이었던 그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이유를 몰라

'영어연극반'에 들어갔다고 했을 때,

그럼에도 스펙 좋은 그가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을 때,

자기 위에 누가 많은 것 자체가 싫어

대기업 입사는 아예 관심 밖이었다고 말할 때,

대학 강의를 7년씩이나 하고도 교수 욕심이 없었다고 말할 때,

누가 봐도 '인싸'인 그가 '아싸'의 삶을 이야기할 때,

대체 이 사람은 뭐지 하는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었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쓴 '외모는 자존감이다'라는 책을 마저 읽고,

페친인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그가 남긴 흔적들을 보았을 때에야

비로 그가 한 말들의 앞 뒤가 맞아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를 설명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조금 어렵다.

이미지 코칭 전문가, 감성이미지클리닉,

그리고 '소울 뷰티 디자인'의 대표라는 직함까지...

대체 영혼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한다는게 무엇인지 의문스러워질때쯤

그의 페북에서 그가 직접 필사한 몇 편의 시를 읽었다.

어쩌면 영혼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꾼다는 것은,

이렇게 매일 하는 필사를 통해서도 설명되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그는 이런 내면의 아름다움이

결국은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임을 인터뷰 내내 강조하고 있었다.

자신만의 매력을 발견하는 일,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스스로 만족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것,

내가 원하는 진짜 나의 모습을 생각해내고

그런 자신을 외모로 표현하는 것,

그렇게 외모를 바꾸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내가 될 수 있다는 나만의 동력을 찾아내는 일,

그것이 그가 하는 일의 진짜 모습이었다.


그의 도움을 받아 많은 이들이 직업을 바꾸었다고 한다.

무기력감에 빠져 있거나 자신감을 잃은 사람들이

그의 컨설팅을 통해 하나 둘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번은 공무원 준비만 10년 이상 하던 사람이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친 끝에

그를 만나 새롭게 영어 교사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외모의 변화도 극적이었지만

노숙자의 삶을 두려워할 만큼 철저히 외롭게 살았던 그가

지금은 대학원 동기 모임에서 주인공이 되었다고 한다.

10kg을 감량하고도 없었던 변화가

그를 만나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생긴 변화였다.


"사람들은 왜 힘들어할까요?

자신이 잘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요.

그래서 필사적으로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어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외모라도 바꾸고 싶어하는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면의 변화에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가 원하는 진짜 내 모습은 어떤 것인지,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어떻게 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하죠.

그렇게 자기가 원하는 모습을 찾게 되는 순간,

그것만으로도 뭔가를 하고 싶어진다니까요."


그는 다수가 하는 이야기는 의심한다고 했다.

아니 세상을 항상 의심한다고 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틀린' 경우가 많아서라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비서 일을 해왔다.

헤드헌터로 내로라하는 기업의 임원과 CEO들을 만나왔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화려한 그들의 삶이 결코 부러워할만한 것이 못된다는 것,

제때 이직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태위태한 삶,

그런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바꿔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스펙보다 이미지가 문제인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크업, 에스테틱 학원을 다녔다.

긍정심리와 같은 심리학 공부도 별도로 했다.

코칭의 경험도 쌓았다.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 중요해요.

자신의 매력을 발견해주는 것으로 그의 삶이 바뀌기도 하죠.

외모를 바꾸는 것이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외모의 변화에 치중할 때

저는 그 사람들의 내면까지 코칭하고 컨설팅해요.

외모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이거든요.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가 믿을만하다는 신뢰를 주죠.

메이크업으로 인한 변화는 지속적이지 않아요.

진짜 변화는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거에요.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죠."


나는 그를 독서모임에서 만났다.

무려 5년 이상 지속되어온 독서모임은 그의 일과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 속 그의 얼굴은 빛이 났다.

진심으로 그 모임을,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통의 기쁨을 누리는 것,

사교를 목적으로 하는 수많은 독서모임들이 사라지는 이 때에

그의 독서모임이 계속되는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언젠가 3,40대를 위한 놀이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이 연령대의 사람들이 갈 곳이 없잖아요.

책 읽고, 이야기하고, 마음껏 대화를 나누고,

서점을 하면서 필요한 책도 권해주고 싶어요.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시나 에세이도 함께 써보고 싶어요."


사실 그는 자신이 '아웃사이더'라고 고백했다.

호기심이 많고 뭔가 해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으면 크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세상이 생각하는 가치를 좇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게도 바라는 교수의 삶을 따라가지 않았던 이유도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교수가 좋은 직업이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이유로

그는 남들이 모두 원하는 그 쉬운 일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면에서 완전한 '인사이더'였다.

그는 매일 사람을 만나는 일을 즐기고 있었고,

그들의 이미지를 바꿔주는 일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다만 그 일을 독립적으로 하기를 원했고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일을 하는 길을 택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러나 내가 가장 존경했던 구본형씨가 이런 말을 했었다.

자신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좇아가는 사람은 될 수 없다고.

대신 그늘을 만드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삶에 지친 이들을 쉬게 해줄 수 있을 뿐이라고.

그러나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대단한 '인사이더'의 삶을 살았다고 믿는다.

그의 딸은 물론 제자들까지

지금도 그의 이름으로 모이고 수많은 책들을 써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미 대표 역시 타인의 인기를 좇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좇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용기가 페로몬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외모'란 그런 매력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이었다.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고 받아들 수 있는 변화,

그런 변화가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가고 있었다.


김주미, '소울뷰티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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