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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백산 주유소를 찾는가

1993년, 그는 아버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23년 째 주유소를 운영하시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로부터 주유소 운영에 관한 제안을 받은 것이다. 새벽 6시 출근, 밤 11시 퇴근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하루 20시간의 중노동이었다. 하지만 곧 더 큰 고난이 찾아왔다. 주유소 간 거리를 200m로 제한하는 규정이 풀린 것이다. 가격마저 정부 고시가에서 주유소가 가격을 정하는 연동가로 제도 자체가 바뀌어버렸다. 주유소 주변에 10개가 넘는 주유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의 고민은 깊어갔다. 그때였다. 어느 패밀리레스토랑 업체가 프랜차이즈 식당을 제안해왔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마음을 굳힐 찰나, 문득 그에게 이런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커서 왜 그때 직종을 바꿨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지?’


이유가 명확치 않았다. 편하게 돈 버는 삶 이상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최선을 다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후회할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였다. 그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의 소위 '잘 나가는' 주유소를 찾아가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성공한 사업가들의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으며 고객들에게 전달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4년 초의 일이었다. 절박감에 쫓기던 그는 결국 중요한 건 '실천'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고객 화장실 변기부터 청소하기 시작했다. 막상 열심히 청소하니 도저히 지워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찌든 때가 말끔히 닦여나갔다. 그는 생각했다. 뭔가를 시작하면 결국 달라지는구나. 그제서야 주유소 사무실이며 세차장 등 청소할 곳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유소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브랜딩,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 다음 그가 생각해낸 것은 다름아닌 '인사'였다. 백산주유소만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인사라고 생각한 것이다. '에버랜드' 안내 도우미의 인사법을 벤치마킹했다. 직원들의 유니폼을 깔끔하게 새로 맞췄고, 고객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크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주유소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총 4번의 경쾌한 인사를 받을 수 있도록 '표준 인사법'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기름을 채워가는 곳이 아닌 행복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 백산주유소가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어려움은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고객의 신용카드를 불법으로 복제한 '사고'가 터진 것이다. 항의 전화를 받고 사후 처리를 하던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직원들이 이런 사고를 저지른 것일까. 어쩌면 아무런 소속감 없이 일만 하고 가면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사고는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는 용기있는 결정을 한 가지 한다. 전 직원을 정직원으로 고용하기로 한 것이다.


2005년, 그는 11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퇴직금과 4대 보험은 물론 평균 급여도 30만원 이상씩 인상했다. 그때부터였다. 직원들이 시키지 않은 일들을 자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인근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이 비싼데도 고객들은 백산 주유소를 다시 찾았다. 주변의 경쟁 주유소 두 곳은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백산 주유소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가 선정한 ‘인사를 파는 주유소’ 우수사례로 소개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가 주관한 '2015 고객중심 경영혁신컨퍼런스' 서비스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만한 결과는 숫자가 말해주었다. 주유소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에 달했다. 전국 주유소 평균 이익률 1% 미만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였다.


당신이 일하는 방식은 남들과 어떻게 다른가


주변에 흔하고 흔한 곳이 주유소이다. 가격만 싸면 됐지 주유소에 더 바랄 것이 무어냐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닌가보다. 어떤 고객들은 주유소에서 기름 그 이상의 ‘무엇’을 기대했다. 기름을 넣는 그 시간 만큼은 기분 좋은, 행복감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백산 주유소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줄 수 있는 가치가 고객의 그러한 행복감에 있음을. 그래서 화장실 변기 청소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작은 변화는 고객 행복의 원천이자 근원인 ‘직원 행복’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모험으로 이어졌다.


백산 주유소는 ‘기름’을 파는 곳이다. 그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기름만을 팔지 않는다. 기름을 넣는 그 짧은 시간의 ‘행복’을 판다. 비로소 보통의 주유소와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해지는 방식은 직원들의 밝은 ‘인사’이다. 그들이 입은 ‘유니폼’이다.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는 그들만의 ‘컨셉’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우울한 놀이공원은 없다. 그곳에서만큼은 행복해야 한다고 우리 모두가 믿기 때문이다. 백산 주유소는 그 때의 행복감을 고스란히 ‘주유소’로 옮겨 놓았다. 그것이 이 주유소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은 ‘행복하세요’라고 말만 하지 않았다.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니 먼저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히 하자. 그리고 그것을 담을 그룻을 만들자. 눈에 보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어이야 한다. ‘고객님의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는 그들의 가치를 나는 도저히 모르겠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백산 주유소에 가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에 기름을 넣는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그런데 그 행복감은 결국 내가 ‘놀이공원’을 떠올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졌다. 백산주유소는 그렇게 컨셉이 선명한 주유소로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들이 업의 본질을 다시 재정의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Written by 브랜드 스토리 파인더,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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