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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를 하루 5개씩 외우면 일어나는 일

영어 단어를 다섯 개씩 외웠다. 사실 외웠다기 보다는 읽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한 때는 일주일치를 복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일'이 되는 순간 '아니다' 싶어 놓아버렸다.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지나갔다. 그렇게 3년을 외우다보니 한 바퀴를 돌았나 보다. 매번 다른 단어가 나오더니 요즘은 그 3년 전의 단어들이 다시 나오는 것 같다. 네이버도 3년 치의 단어만 저장해둔 것일까? 하루 다섯 개씩으로 이 시간들을 계산해보니 대략 5,500개다. 그렇다면 내가 이 모든 단어들을 외운 것이냐고? 그럴리가. 그냥 한 번씩은 보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있다. 네이버는 매일 5개의 단어와 함께 '생활영어'를 제공한다. 아주 기초적인 EBS의 생활영어를 매일 공부할 수 있다. 그런데 3년을 반복했더니 이들의 목소리가 귀에 익어버렸다. 대략 7,8 문장 정도인데 대부분은 번역을 보지 않고도 알아듣는 수준이 됐다. 이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출장을 가서 헤매지 않을 정도다. 지난 번 중국 출장을 가서도 어설픈 상해 직원들의 말도 알아들었으니까. 적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밥을 굶을 일은 없겠다 싶었다. 자랑은 아니다. 그럴리가.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즐비한 이 세상에. 다는 다만 하루 5개의 단어가 일으킨 '작은 변화'에 대해 말하고픈 것이다. TV에서 트럼프의 '쉬운' 영어를 알아들을 정도만 되어도 어딘가. 국제 분쟁을 해결하진 못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 수 있으니. 영어가 별건가. 그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고급진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니 기죽을 필요 없다. 다만 작고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통행세 정도로 생각하자.


english_01.png 네이버 영어사전, 물론 무료이다. 이래뵈도 발음은 물론 시험까지 칠 수 있다.


그렇게 영어만 줄창 보아온 것은 아니다. 일어를 시작한지는 서너 달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강의 때마다 일어로 '결석'이 뭐냐고 묻는 유머 정도는 가능해졌다. 걔중 몇 명은 반드시 웃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는 한 달 정도 되었다. 열에 한 둘은 발음이 비슷하다. 일어도 우리말도 중국에서 왔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듯도 하지만. 그 작은 발견의 즐거움이 '단어' 공부에 힘을 준다. 그렇게 3년을 외우다 보면 그래도 간단한 의사 소통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노년에는... 꽤나 유창한 3개국어의 능통자가 되어보는 꿈을 꾼다. 그러면 소일거리로 가이드라도 할 수 있을까? 그런 작은 꿈이 오늘의 작은 수고를 가능케 한다. 이건 공부가 아니니까. 새벽반을 끊지 않는다. 그저 혼자 속으로 '日新又日新' 할 뿐이다. 이렇게 유익한 소일거리라니. 그래서 오늘도 다섯 개의 영어와 일어 단어를 외운다. 아직 낯선 중국어는 하루 3개만, 우리말 맞춤법 10개씩과 함께.


p.s. 다음은 '베트남어'를 배워볼까 고민 중이다. 왠지 그 나라가 뜨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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