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침 독서 메뉴는 우야마 다쿠에이가 쓴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세계사'였다. 이유의 8할은 제목 때문. 저자가 일본 3대 입시학원의 스타 강사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어느 때처럼 '미리보기'로 독서를 했다. 잠 못 이룰만큼은 아니지만 재미있었다. 일본 책 특유의 짧은 호흡 때문에 부담도 없어 보였다. 리디 셀렉트로 바록 겟get. 한 달 6,500원을 내는 리디 셀렉트는 이런 식의 책 읽기에 최적화된 도구다. 얼마 전 구입한 '리디 페이퍼'로 제대로 읽어볼 참이다. 리디 광고글이냐고? 그건 아니다. 그냥 책 읽기의 한 방법을 소개하고 싶을 따름이다.
좋은 책은 좋은 질문을 던져준다. 오늘의 책은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져 주었다. 이런 질문의 답은 사실 뻔하지 않은가. '과거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 내일을 계획한다' 정도일 것.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대답을 던진다. 바로 '역사가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것. 나는 이 의견에 백퍼센트 동의한다. 이 책의 말대로 역사는 어느 정도의 '패턴'은 알려줄지언정 미래에 관한 정확한 선택까지는 담보하지 못한다. 어제의 성공을 연구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순 없다. 그저 성공의 유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식의 색다른 생각이 담긴 책이 나는 좋다. 내 의견과 같다면 반가워서 좋고, 내 의견과 다르다면 흥미로워서 좋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바쁘다. 한 권의 책을 지긋이 독파할 만큼의 시간을 들이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다. 물론 재미있는 책이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마무리하게 마련이지만, 그런 책을 만나기가 어디 쉬운가. 저절로 몰입으로 이끄는 책들은 경험상 백권에 한 권 나올까 말까다. 나의 필요와 취향, 시대의 트렌드가 절묘하게 어울려야 몰입의 독서가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훈련된 독서가들은 그 확률이 훨씬 더 높겠지만. 그래서 나는 '챕터 독서'를 한다. 책의 한 챕터를 정해두고 몰입해서 읽는다. 그 독서의 경험이 즐겁다면 일단 겟get한다. 그럴 때 유용한 것이 바로 리디북스 같은 e-book 서비스다. 짧고 빠르게 독서의 간을 보는 것. 나는 훌륭한 독서가는 아니므로 그 정도의 독서만으로도 아직은 행복하다. 아주 개인적인 독서의 방법일 따름이다. 독서를 통한 스몰 스텝이다.
우리는 책을 만나면 이런 강박을 가진다. 이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낀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제대로 된 독서를 하려면 한 번의 읽기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책은 반복해 읽을 때마다 새롭다. 열 번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책이었구나' 하고 깨달을 때도 있고, 나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을 때에 오롯이 이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 시절엔 '노인과 바다'를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이 책을 다시 읽자 비로소 노인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가 꾼 사자의 꿈이 주는 만족감이 거대한 물고기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는 것은, 나이를 어느 정도 먹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벼운 독서라 욕하지 마시라. 자신의 집에 장서를 1만 7천 권 보관하고 있는 진정한 독서가 '이동진'도 같은 방법의 독서를 권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을 것,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것. 우리는 독서 말고도 할 일이 많고, 그럴수록 짬을 내어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독서는 정보를 얻기 위함도 있지만 '생각의 힘'을 기르는 목적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독서처럼 흥미로운 '질문'들을 하나 둘씩 쌓아가는 재미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런 질문을 얻기 위해 두꺼운 책을 반드시 독파해야만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가볍게 읽는다. 그러나 그 생각이 가볍지 않다면 괜찮은 독서법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챕터'를 읽는다. 가볍게, 쉽게, 재미있게. 독서의 주인은 바로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