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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3시에 만나요

눈이 빛났다. 목소리는 작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12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10여 명의 평범한 직장인, 주부들이 한 사람의 열강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 날 나름의 공부법을 찾았던 그는 모의고사 전교 30등까지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당뇨병 때문에 원하던 대학엔 갈 수 없었다. 밥을 먹다가도 잠이 드는 병이 그의 꿈을 잠시 앗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아내와 함께 수학 학원을 한다. 그리고 지금은 이와 관련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나름의 공부법과 플래너 등을 만든 열정도 기대되지만, 무엇보다 그 나름의 공부에 대한 철학에 끌린 그런 시간이었다.


매달 평범하게 만나지만, 매번 비범한 이야기들이 넘친다.


벌써 다섯 번째. 첫 모임은 언제나처럼 작은 '용기'로 시작됐다. 스몰 스텝과 관련한 강의를 다니던 나는 생각했다. 이런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또 있지 않을까? 당장 구글 설문 폼을 활용해 사람들을 모았다. 한 사람이라도 신청을 하면 무조건 할 생각이었다. 무려 6명!이 신청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주말 오후를 함께 보냈다. 하지만 그 다음 모임도 이어질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모임을 리드하고 관리하는 기술?엔 내가 젬병이었기 때문이다. 신청했다가 안오면 어떻하지? 매달 모임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 주말엔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지만 모두 끊어버렸다. 일단 해보자. 한 사람이라도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 준다면... 그렇게 모임은 한달 한달을 끌어왔다. 그렇게 반 년이 지나 다섯 번째 모임이 되었다.


기우였다. 매달의 주제를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응해주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 3시라는 황금대 시간에 항상 대여섯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열일을 제쳐두고 와주었다. 재방문율?은 항상 절반을 넘었다. 그래서 이제는 프로그램을 정해두고 계획이란걸 하기 시작했다. 나의 스몰 스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책 '파이브'를 가지고 셰어링 모임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일종의 독서모임인 셈이다. 단톡방으로 단 한 번 고지를 했을 뿐인데 대부분의 사람이 이 책을 들고 왔다. 자신의 5년 후를 계획하는 책 '파이브'. 혼자 해도 유익했지만 '함께' 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모임이 끝나도 헤어질 생각을 않는다. 어느새 주위가 어둑해졌다.


모임의 시대다. 숱하게 많은 모임들이 전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많은 모임들 중에 하나를 더할 명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했다. 좋은 것은 나눠야 하고, 모임은 직접 만나야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 모임을 통해 무언가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모임의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으로 나는 다음 모임을 기대한다. 누구라도 올 수 있는 모임이다. 참가비는 없다. 장소는 후원을 받아 음료의 반값만 내면 된다. 카페 사장님이 이 모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규칙은 없다. 내키지 않으면 오지 않아도 된다. 단 한 가지 조건은 있다. 매일의 스몰 스텝을 기대하고 응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열정, 서로의 성장을 보며 기뻐할 수 있는 여유로움, 작고 사소하지만 매일 무언가를 실천할 수 있는 끈기를 가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라면 언제든 반갑게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3시. 조금은 나른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싶은 그런 소중한 시간. 이 시간에 한껏 들뜬 채로 카페 문을 나서다 보면 이런 생각이 가슴이 뿌듯해지곤 한다. 나는 지금도 살아 있구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이 세상의 하루를 살아가는 것으로. 인생이라는 짧고도 긴 여정의 한 발자욱을 걸어가는 것으로.



'나코리'님의 모임 후기


* 다음 모임은 12월 22일 토요일 오후 3시, 선릉역 인근 카페 '칸틴'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참석하시고 싶은 분은 아래의 단톡방에 가입하셔서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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