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셀카를 찍는다. 그것도 매일 새벽. 퉁퉁 부은 이 남자의 얼굴을 보는 일은 즐겁지 않다. 애써 웃는다. 찰칵.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무뚝뚝하다. 다시 찍는다. 찰칵. 어색함을 결코 숨기지 못한 미소. 다시 지운다. 찰칵. 예전의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돌아가 있다. 그렇게 찍은 셀카가 그의 사진첩에 두둑하다.
회의를 한다. 의견 충돌이 있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최대한 정제하지만 말에 가시를 담는다. 불꽃이 튄다. 그도 나도 열받은 상태.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 보이는 내 모습은 어떨까? 억울한? 분노한? 재수없는? 갖가지 다양한 수식어들이 뇌를 스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나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란 사실. 그가 읽은 내 모습은 내가 기대한 것과는 많이도, 다를 것이란 사실.
40대 이후의 얼굴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표정이 그렇다. 내 삶을 반영한 것이다. 두툼하게 살이 올라도 내 탓이고, 세상 만사 건조하게 보는 무감각도 그 일부다. 그것을 자각한 이후로 셀카를 찍었다. 남을 의식해서가 아니다. 남이 보는 나를 직시하기 위해서다. 진짜 내 얼굴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좀 더 나은 표정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좀 더 멋있게 늙어가기 위해서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심히 괴롭다. 좀체 얼굴의 붓기는 빠지지 않고, 중년의 피로함을 숨기기가 어렵다. 그래도 나는 그 얼굴을 보려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 내 감정을 정확히 드러내기 위해서.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매일 셀카를 찍는다. 괴롭고 힘든 작업이지만, 그 어떤 훈련보다 진전이 더딘 작업이지만. 그래도 나는 매일 셀카를 찍는다. 그렇게 내일도 셀카를 찍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