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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센의 스몰 스텝

여기 두 사람이 있다. 모두 최고의 탐험가들이다. 그들은 지금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한 사람은 노르웨이, 또 다른 한 사람은 영국을 대표한다. 자신들 뿐 아니라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세기의 대결. 이 결전의 승자는 오직 한 사람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한 사람은 살아 돌아와 최고의 환대의 영광을 얻은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몰아치는 눈보라 가운데서 마지막 숨을 거둔다. 그들의 이름은 아문센, 그리고 스콧이다. 그들이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 목표로 한 땅은 바로 남극점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오늘의 메시지는 한 가지다. 왜 그들 중 한 사람은 이겼고 다른 한 사람은 그렇지 못했나이다.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그들의 선택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아문센이 원주민의 털옷을 입은 반면 스콧은 자랑스러운 자기 나라의 군복을 입었다. 아문센이 비상시에는 식량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개썰매를 탄 반면, 스콧은 그 당시 최신의 설상차와 조랑말을 끌고 왔다. 아문센이 전인미답의 짧은 길을 선택한 반면, 아문센은 새클턴 경이 닦아놓은 기존의 루트를 활용했다. 이 모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 이유 중의 하나로 설명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한 가지에 주목했다. 바로 그들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의 차이이다.


스콧은 효율을 선택했다. 눈보라가 치는 날은 쉬고 그렇지 않은 날은 전력질주했다. 반면 아문센의 전략은 완전히 달랐다. 날씨가 좋건 말건 매일 20킬로미터씩 같은 거리를 달렸다. 스콧의 팀원들은 빠르게 지쳐갔다. 그러나 아문센의 팀원들은 자기들만의 페이스를 지켜낼 수 있었다. 결국 아문센은 5주나 빨리 남극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의 남은 식량을 편지와 함께 스콧에게 남겨놓았다. 그러나 스콧은 그 선물을 사양한채 영국으로 돌아오다 결국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팀원들과 함께 숨을 거둔다.


그들은 이렇게 나란히 걸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엄청나게 달랐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걷는 속도는 시속 4킬로미터다. 아문센이 하루에 걸은 거리를 짐작해볼 수 있는 속도다. 그러나 그는 이 속도로 완벽한 승리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 10킬로미터를 남겨두었을 때 그의 부하들은 하루만에 가자고 그를 졸랐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똑같은 속도로 이틀을 걸어 남극점에 도착했다. 그 하루가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 팀원들은 얼마나 몸이 달았을까. 그러나 아문센은 끝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들은 거의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누군가 한 사람은 5주나 늦게 남극점에 도착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차고도 넘칠 정도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하루에 단 20킬로미터를 걷는 것, 꾸준히 걷는 것, 날씨와 상관없는 걷는 것,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어쩌면 아문센도 '스몰 스텝'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리 맑은 날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아무리 궂은 날도 절망하지 않고, 매일 그렇게 같은 거리를 걸어가는 것. 나는 그 차이가 그들의 승부를 갈랐다고 여전히 확신한다. 그리고 내 삶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가는 것. 옆 사람의 설상차를 의식하지 않는 것. 나만의 스텝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에 내가 아문센에게 배운 단 한 가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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