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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테퍼'를 아시나요?

요즘은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인증한다. 스몰스텝 단톡방에 다이어트방이 따로 생긴 이후의 일이다. 근래 들어 몸무게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고민하던 차에 이 방이 만들어졌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 방에 계신 분들은 이미 다이어트 유경험자들. 그 중 한 분의 지도 편달이 엄혹?하다. 매끼 먹은 식사를 인증해야 하고 매일 몸무게 사진을 올려야 한다. 놀라운 것은 그 이후에 일어난 변화다. 약 2주 사이에 2킬로그램 정도가 빠졌다. 비록 수분일테지만 어떤가. 숫자가 바뀌니 신이 난다. 매일 먹을 때마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맛나게 원샷하던 국물의 추억은 잊은 지 오래다. 다음 날 아침의 숫자를 생각하며 즐거운 자제력이 생겼다. 그렇다. 이건 자발적인 도전이다. 그건 강박에 쌓인 다이어트와는 조금 달랐다.



그 다음에 하는 일은 필사방에 필사하는 일이다. 그동안은 칼럼을 오랫동안 써왔다. 다 좋은데 시간 부담이 있었다. 그래봐야 10분 남짓이지만 그것도 부담이 되서 빼먹는 날이 많았었다. 그런데 새로이 시작한 필사방은 몇 줄의 내용만 필사하면 된다. 한 달간 필사방의 멤버가 자신이 읽은 책의 특정 문장을 공유한다. 내가 할 일은 그 글을 에버노트로 따라 쓰고 내 생각을 더해 필사방에 올리는 일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유익을 한 가지 더 발견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필사한 글들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종이에 직접 써서 올리는 글들엔 같은 문장에 따른 다양한 생각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하나의 문장을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종종 놀라곤 한다. 자연스레 내 생각도 깊어진다.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다. 글의 깊이는 생각의 깊이에서 나옴을. 그 생각의 깊이란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눌 때 더 깊어질 수 있음을.



그 다음엔 영어 문장을 학습한다. 실제 영어 강사분이 매일 올려주시는 다섯 문장을 따라 쓰고 또 따라서 녹음한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통해 녹음을 하면 되니 시간 부담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문장들이 주옥 같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실제로 필요한 내용들이 하나 가득이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표현들로 가득하다. 유튜브에 매일 올라오는 '성봉 영어'를 통해 매일 다섯 문장을 학습한다. 역시 에버노트에 옮겨 쓴 후 '모비즌'이라는 앱으로 내 발음을 녹화해서 공유한다. 서툰 발음이지만 상관없다. 이렇게 내 입으로 말해보는 것만큼 훌륭한 공부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1년간 지속해서 공부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간단한 회화 정도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스몰 스텝들은 내용상으로 특별할게 없다. 다이어트를 빼고는 모두 개인적으로 해오던 일들이다. 하지만 한 가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차이는 실로 엄청나게 컸다. 다른 이들이 하는 소소한 실천들이 얼마나 자극이 되는지 모른다. 어떤 분은 영어 문장 다섯 개를 녹음하기 위해 백 번을 연습한다고 했다. 다른 분은 아이의 발음을 대신 올려주신다. 실제로 내가 백 번을 반복학습할 순 없다 해도 그 사실 자체가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 무엇보다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지루함이 끼어들 새가 없다. 굳이 서툰 발음이라도 올리는 과정을 통해 뿌듯한 성취의 쾌감을 누린다. 함께 하는 분들의 발음을 듣고 그들을 칭찬한다. 그 과정 자체가 내게는 엄청난 학습의 과정이다. 묘한 경쟁심도 생긴다. 오늘 보다는 내일 더 잘하겠다는 다짐, 반복해서 학습하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주말에는 일주일 간의 문장을 한 번에 복습하는 습관도 생겼다. 이 모두가 혼자 했으면 불가능한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몇달 전 대여섯 분을 모시고 스몰 스텝 공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조금 용기를 냈다. 혼자 외롭게 스몰 스텝을 실천하기 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렇게 모인 몇몇 분들과 함께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소소한 실천과 인증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소리 소문 없이 이 방이 커지기 시작했다. 강의나 초대를 통해 한분 한분씩 새롭게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0분을 훌쩍 넘긴 지금, 단톡방만 대여섯개에 이르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변화를 내가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방들, 규칙들이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뤄졌다. 오히려 내가 엄청난 자극과 도전을 받았다. 세상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으실 줄 미처 몰랐다. 그분들로 인해 하루의 시작이 달라졌다. 혼자 자족하는 스몰 스텝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변화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제는 별도의 운영진까지 꾸려졌다. 목적은 하나다. 초심을 잃지 않고 변화는 분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돕는 일이다. 이 과정에 강요나 강제는 없다. 모두가 좋아서 시작했고, 그 유익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스몰 스텝을 함께 실천하는 분들을 '스몰 스테퍼'라고 부른다. 이론이 아닌 실천과 변화로 가득한 분들이다. 이들과 함께 한 이후로 일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 개인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함께 하는 성장의 결과들이 어떤 결과들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속에 나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 없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스몰 스텝은 작동한다. 오늘도, 지금 이순간도 변함없이. 나는 그 과정의 기록자가 되어 스몰 스텝을 더 많이 전파하고 싶다. 이것이 '진짜'라는 사실을 오래 전에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즐겁다. 혼자가 아니라 외롭지 않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체감한다. 그 과정이 주는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부디 이 즐거움을, 만족을, 희열을 매일 매일 지켜갈 수 있기를. :)



* '스몰 스텝' 모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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