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같은 토요일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극한 직업'을 보았다. 앞부분의 유머는 정말 압권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잠들어 있었다. 코도 골았을 것이다. 이날은 스몰스텝 일곱번째 정기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정말로 모든 힘을 다 쏟았다. 토요일 오후의 황금같은 시간을 낸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명불허전, 피터 킴 작가님의 강의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사람들을 괜시리 흥분시키는 일반의 강의와는 달랐다. 듣다 보면 내 얘기 같아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뒷풀이, 커피샵에서의 '도덕경' 이야기까지...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나였나? 한없이 낯선 내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나 좋으라고 시작한 일이었다. 혼자 영어단어를 외우고, 필사를 하고, 산책을 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 책을 썼다. 간간히 강의를 시작했다. 오픈 강의도 했다. 대여섯 분의 사람들이 모였다. 솔직하게 스몰 스텝의 유익을 나누는 자리였다. 뭘 해보겠다는 욕심보다는, 정말 좋은 건데,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그래도 말 밖에 없어서 식은 땀을 흘리며 하나 둘씩 강의를 해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불도저 같은 분들이 이 일의 판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릴 새도 없이 단톡방이 생겨나고, 규칙이 만들어지고, 오프 모임의 판이 커졌다. 사실상 내가 한 일은 거의 없었다. 아니 한 가지 있긴 하다. 주문처럼 다음의 말을 되뇌이는 것.
"아, 그거 좋은데요? 한 번 해보시죠~!!!"
현재 스몰스텝에 관련된 단톡방은 예닐곱 개에 달한다. 일요일 아침인 지금도 수다에 수다가 이어지는 방들이다. 하지만 각 방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영어문장을 외우고, 살을 빼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쓴다. 각 방의 룰도 각각 다르다. 서로의 아주 작은 성취와 성과를 각각 다른 방법으로 인증해야 한다. 솔루션도 다 다르다. 녹음, 필사, 글쓰기, 사진...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러한 변화와 솔루션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비슷한 서비스들이 줄을 이어 생겨나고 있지만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건 진짜니까. 여기에 모인 분들은 정말로 스몰 스텝의 유익을 아는 분들이니까. 서비스와 정교함과 화려함이 따라오지 못할 진정성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3년 전의 나는 오늘을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책을 쓰게 될 줄도, 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도, 어제 같은 모임을 하게 될 줄도 몰랐다. 내가 이런 변화의 시작점이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래서 묘하게 흥분이 된다. 3년 전의 내가 모르던 나를 오늘 만날 수 있다면, 3년 후에 만날 나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멋진 분들을 만나 무슨 일을 할 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예측할 수 없음'이 인생의 본질 아니던가. 그러나 분명히 알게 된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기대하는 삶'이 주는 희열에 관한 것이다. '함께 하는 즐거움'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이것들을 책으로 배우지 않았다. 글로 배우지 않았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경험하며 배우고 있다. 같은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과 그 사실을 매일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떠오르는 어느 팝송의 한 구절, 스몰스텝이 내게 준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다.
What a wonderful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