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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낯선, 불금의 추억

패스트파이브 북클럽 '스몰스테퍼들의 모임'을 마치고...

금요일 밤,

넷플릭스 한 편,

캔맥주 하나,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그런 밤이

최고의 불금이라 생각했었다.


클럽을 갈 수 있는 나이도 지났고

애초 그런 요란함이 익숙치도 않은터에

문득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름하여 패스트파이브 북클럽

'가장 나다운 삶을 찾아서,

스몰스테퍼들의 모임'...


워크샵으로 만난 매니저님의 요청에

기꺼이 오케이했지만

정작 그날이 금요일 밤인줄은 닥쳐서야 알았고,

넷플릭스와 맥주 한 캔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모임 시간을 착각한 탓으로

삼성 본사 바로 옆

패스트파이브 강남점에 도착한 것은

약속 시간을 조금 넘긴 7시 20분 경이었다.

(내 뇌도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던 것은 아닐지... -_-;;;)


모임 참석을 위해 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책 한 권을 가지고

어떻게 3시간이나 떠들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하지

괜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독서모임 3시간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11시 반을 넘겨 1차가 끝났으니까 말이다.

나도 다음 날 일정이 있어 1차만 마치고 나왔으니

이후 2차가 몇 시까지 진행됐을지는 모를 일이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

타이탄의 도구들,

그리고 스몰 스텝...


이 세 권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인데

마치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것처럼

모두의 이야기가 내 얘기인첫처럼 가슴에 꽂혀 왔다.

소소한 도전을 즐기는 모습도 그랬고,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과

합당하고 합리적인 것에 대한 목마름,

미래에 대한 도전과 작은 불안들,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은 너무 많은데

3분 이상을 얘기할 수 없는 규정에

얼마나 아끼고 아껴 내 의견을 말했던가.

그렇게 뜨거운 3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밤 10시...

금요일 밤이 이런 방법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구나 싶었다.


소박했지만

특별했다.

참여한 모두의 삶이 그랬다.

배우고 싶은 모습도 많았고

돕고 싶음 마음,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순간순간 일었다.

모두 달랐지만

또한 많은 부분 닮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자체로도 용기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토록 열심히 자신의 삶을

용기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12시가 가까운 금요일 밤시간

돌아오는 버스 안은

아시안컵 추구 패배의 여파로 조용했지만

그래도 우울하지 않았다.

내 인생의 동지들을 만났으니까.

나랑 닮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으니까.

유유상종의 기쁨을 재발견했으니까.

다음 모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제 더는 넷플릭스와 맥주 한 캔이

이전처럼 아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또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

한 뼘 정도의 생각이 넓어져 있었다.


조금은 낯설지만

오래도록 기억하고픈

멋진 불금의 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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