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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을 안고 살아갈 것인가

디지안 2019 워크샵을 마치고...

신기한 풍경 아닌가.

3,40대의 남녀들이,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토요일 아침 9시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애쓰고 있다.


"오늘 작은 실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오늘은 누구를 만나 무엇을 배웠나?"

"이번 한 주 재발견한 사람은 누구인가?"

"무엇을 할 때 가장 뿌듯한가?"

"오늘 집중할 단 하나는 무엇인가?"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웃고 떠들 시간조차 없다.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무려 10가지의 질문을 생각해내야 한다.

쓰는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5분.

이를 나누는 시간은 채 1분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내리 5시간을 계속했다.

참여자 한 명이 나의 페북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해냈어요~!"



그러고도 이 다섯 시간이 모자라

식당에서 두 시간, 카페에서 한 시간 반,

이렇게 뒷풀이만 무려 3시간 반,

그렇게 내리 여덞 시간동안 워크샵은 계속됐다.


돌아오는 길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하나씩 정리해보았다.

왜 이들은 이런 워크샵에

주말 아침의 황금 시간을 아낌없이 내놓았는가.

결혼식 참여를 위해 한 시간 일찍 자리를 뜬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 진지한 질문의 여정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이토록 이 워크샵에 몰두하게끔 하였는가.



나는 이들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호수와 같은 자기 인생의 평범함과 익숙한 일상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사람,

그 파문이 주변을 깨우고 일으켜 세워서

궁극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이들이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그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으나

이들이 모이는 순간 작은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

그 전날 5시간 반에 걸친 '스몰스텝' 독서모임에 이어

연초 하드캐리한 시작점을 돌고 있는 지금

문득 내가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결코 게으를 수 없는

대충 살아갈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둘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석과 같고

그들을 만나는 내 삶 역시 빛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기여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그것이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오게 된,

내가 옴으로써 세상이 조금은 더 좋아지게 될,

소명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은 거창한 소명의식(召命) 아니라

내 인생을 향한 작은 부름(小命)은 아니었을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었던

더없이 행복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 'Design 2019 워크샵' 유튜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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