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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침은 어떻습니까?

새벽 5시, 늦어도 6시에는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을 찾는다. 양치를 한다. 그리고 몸무게 인증을 한다.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화장실은 다녀왔는지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몸무게의 변화를 즐긴다. 늘 같은 조건에서 재야 하므로 시간도, 입는 옷도 한결같다. 그리곤 세 줄 일기를 쓴다. 스몰 스텝의 기본이다. 그 다음으로 플래너를 기록한다. 어제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사진을 찍어 인증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자신의 플래너를 인증한 후이다. 엑셀부터 앱, 다어어리와 노트, 직접 인쇄해 쓰는 플래너까까지 각양 각색이지만 원리는 같다. 내가 반복하는 스몰스텝과 그것을 실행한 정도를 숫자를 단톡방에 인증한다. 이때쯤이면 이미 9개의 단톡방은 인증글들로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영어단어와 일본어, 중국어와 한글맞춤법을 외운다. 네 가지를 합해봐야 10분 정도다. 그 다음으로 성봉영어를 외우고 인증한다. 5분짜리 영상 하나에 네이티브들이 직접 쓰는 표현들이 수두룩하다. 아직은 잠긴 목소리로 공부한 내용을 목소리로 인증한다.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 날은 복습으로 대신한다. 그때마다 유튜브에 반드시 댓글을 남겨 다시 인증한다. 그 다음으로 '낭독'을 한다. 반쯤 잠긴 목소리로 읽은 책의 좋은 구절이나 단편을 낭독한다. '낭독의 재발견'이라는 단톡방에는 이런 목소리들이 가득하다. 최근엔 산책하면서 음악이나 팟캐스트만큼 낭독을 듣는 일이 잦아졌다. 타인의 목소리로 듣는 글들을 또 한 번 새롭다. 심지어는 내 목소리를 내가 듣는 일도 꽤나 중독적인 습관임을 이 참에 알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짧은 글 한 편을 쓴다.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남긴다. 100일간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는 '황홀한 글감옥' 때문이다. 이 단톡방에는 매일 스무 개 이상의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심지어 정말 한 줄만 달랑 써서 올리는 분들도 적지 않다. 이 방의 규칙이 그렇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기보다 '매일' 쓰는 것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어제 하루를 글감옥의 글들을 읽으며 마무리했듯이, 오늘 아침의 나의 글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룰 '탈옥'으로 시작한다. 오늘 자정이 되면 다시 '재수감'되는 운명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매일의 필사.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식재료처럼, 먹기 좋게 다듬어진 요리처럼 매일 엄선된 문장이 올라온다. 에버노트를 띄우고 405번 째 필사를 한다. 그리고 내 생각을 함께 적는다. 물론 '고고고(고요하지만 고귀한 생각 고찰'로 불리우는 단톡방엔 이런 글들이 이미 여러 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30분에서 1시간 가까운 새벽 시간이 바람처럼 사라진다. 이미 잠은 깨었고 진짜 내 일을 할 에너지로 충만해진다. 모두가 스몰스텝으로 인해 만들어진 단톡방 때문이다. 예전에는 나 혼자 영어 단어를 외우고, 나 혼자 필사를 하고, 나 혼자 팟캐스트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백 수십명의 사람들과 매일 함께 한다. 각양 각색의 생각들이 서로 부딪힌다. 서로의 실천들이 다시 서로를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들이 넘쳐난다. 그것은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고유한 에너지, 그 사람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 바로 Driving Force 때문이다. 우리의 다름을 완성하는 드라이빙 포스... 이 힘은 다른 사람의 드라이빙 포스를 만났을 때 증폭된다. 마치 원자 폭탄이 터지는 원리처럼 말이다.


나는 월요일이 힘들어지면 그 날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다. 칼퇴를 하고 서점에 가서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었다. 어린 시절 그토록 일어나기 싫은 새벽, 그것도 주말 아침에 두 눈을 번쩍 뜨곤 하던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그 시간에 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 시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일종의 새마을 운동 같은 것은 아니었을지. 어찌 되었든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똑같은 원리로 매일의 아침을 새롭게 채운다. 내가 좋아하는 실천들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로, 그것이 함께 하는 스몰 스텝이 가진 엄청난 자극이자 에너지다.


스몰 스텝 단톡방에는 한 가지 금언이 있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이다. 왜냐하면 말하는 족족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단톡방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방들은 나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방들이다. 굳이 내가 기여했다면 한 가지다. 그들이 '한 번 해볼까요?' 했을 때 주저없이 '좋아요'라고 말했던 것 뿐이다. 자발적인 실천이야말로 내가 가장 기대하는 바이다. 나는 그런 에너지가 좋다. 뭘 한 번 해볼까 하는 의욕이 생기는 단계, 그것이 사람이 가장 건강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자극은 주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스몰 스텝과 관련한 9개의 단톡방은 그래서 특별하다. 평범한 사람을 비범하게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각각의 방에선 별도의 프로젝트들이 계속된다. 낭독방은 한 권의 책을 함께 녹음하고, 영어방은 벙개를 기획한다. 글쓰기 방에선 100일 째 되는 날의 파티를 기획한다. 팟캐스트와 유투브 채널을 기획한다. 각각의 방은 그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의욕적인 제안과 실천으로 매일이 뜨겁다. 나는 이처럼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을 본 적이 없다. 내가 그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다.



당신이 아침은 어떤가? 한 때 출근하기 싫어 세면실 앞에서 한 참을 서 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지인이 가족은 출근하기 싫어 우는 사람까지 있다고 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원치 않는 일, 불편한 사람 그러나 생계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출근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주눅들게 만든다. 루저로 진화시킨다. 하지만 당장은 피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러니 그 시간들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보라. 생산적인 일들을 실행해보라. 단 거창한 계획은 피하라. 매일 세줄쓰기처럼, 낭독처럼, 필사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도전들로 채워보라. 혼자 하지 말고 함께 해보라. 분명 당신은 달라질 것이다. 매일 조금씩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큰 바위 얼굴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날이 올 것이다. '살아있음'은 이런 것이다. 어제의 교훈으로 오늘은 실천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그런데 그것이 생각보다 쉬운 것임을 말하고 싶다. 그저 매일 아침 일어나 세 줄의 일기를 쓰고, 9개의 단톡방에 들어가보는 것만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당신은 변화해갈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젓듯이, 조용히 조금씩 달라져갈 것이다.


당신의 아침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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