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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두 쪽의 책을 읽는 사람

한 남자가 있었다. 무려 10년 간 무역 회사를 다녔다. 아침 7시에 출근해 11시까지 일하는 날이 일상이 됐다. 밤 10시면 통닭과 탕수육을 먹으면서 힘든 회사 생활을 버텨냈다. 하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몸으로 옮겨갔다. 80kg이던 체중이 어느 덧 120kg을 넘어섰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던 날 사표를 냈다. 회사가 그를 잡았다. 3개월의 유급 휴가를 받고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복직한 지 한 달,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다시 사표를 썼다. 이번에는 회사가 1년 유급 휴가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 놀라운 제안을 그는 거절했다. 정말로 그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좋아하는 일을 했다. 우선 맛칼럼니스트 과정에 참여했다. 1년에 4번 일본에 갔다. 제주도는 100번을 갔다. 유명한 맛집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한의원에 가서 체중 관리를 시작했다. 27kg을 감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제주도 여행을 떠나던 날 우연히 손에 쥔 책이었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를 그 때 만났다. 한 줄 한 줄 마음에 새기며 읽었다. 신정철 작가의 '메모 습관의 힘'을 만났다. 책이 말한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하루 두 쪽의 책을 매일 메모했다. 그렇게 읽은 책이 무려 180여 권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읽은 대로 따라 했을 뿐인데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루 두 쪽을 읽었을 뿐인데 수백 권의 독서가가 되어 있었다. 이제 그는 다른 사람들의 독서를 돕는 일을 한다. 강연을 한다. 생계를 위한 일에서도, 좋아서 하는 일에서도 성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책이 준 에너지 때문이었다. 고작 하루 두 쪽의 책을 읽었을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그의 이름은 '정석헌'이다. 스몰 스텝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그는 매일 100개의 감사 일기를 쓴다고 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허니 삼촌'이라는 아이디를 갖고 있었다. 자주 웃었다. 자신이 읽은 책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의 입에선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명구절들이 쏟아졌다. 그의 강연을 들었다. 진솔하고 재미있었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스몰 스텝'의 정기모임에 그를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의 긴장은 눈 녹듯 사라지고, 강연의 마지막에 그는 노래를 불렀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노래였다. 큰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성이 토요일 오후의 강연장 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청중도 의식지 않은 완벽한 몰입. 어쩌면 그가 책을 읽는 것도, 그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도 '몰입'의 즐거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힘. 책을 읽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바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하고 올곧은 삶의 자세 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거대하고 대단한 것들에 열광해왔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는 우리나라 1등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동의에 의해 만들어진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신화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최고'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조그마한 반란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제의 석헌님 강의가 인상 깊었던 건 그래서였다. 공감할 수 있는 실패, 공감할 수 있는 용기, 그 사람이 바로 내 옆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유명 강사의 이야기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그 마력에 빠져들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2시에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느 토요일의 초여름날이었다. 나는 그 날 내 옆을 걸었던 가로수길의 어떤 사람보다 행복한 기분으로 신사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멋진, 행복한, 뿌듯한 토요일이었다.





p.s. 마음안내자 박근정님의 '스몰 스텝 9번째 정기모임' 동영상입니다. :)

그리고 사진들...


*스몰스텝 단톡방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더 많은, 생생한 이야기를 이곳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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