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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산책이 내게 준 대답

지하철 역에 도착하니 10시 반이 훌쩍 넘어 있었다.

스몰 스텝 운영진 모임이 있던 금요일 밤이었다.

마을 버스의 유혹을 뿌리치고 밤의 산책을 시작했다.

시간이 너무 늦은 탓인지 평소와 다르게 사람이 뜸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떠올렸다.


"나는 왜 스몰 스텝을 계속하고 있는가?"


한 가지 질문을 더했다.


"왜 이것을 굳이 타인들과 같이 해야 하는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스몰 스텝이란 같은 주제로 180여분이 단톡방에 모였다.

14개의 방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글쓰기, 낭독, 영어, 필사, 수학, 다이어트...

혼자의 힘으로는 벅차다 싶어 도움을 요청했고

감사하게도 10여 분이 운영진에 합류해주셨다.

그래서 내게는 또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180명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순 없지만

이 10여 분들만큼은 보폭을 함께 맞추기로.

하지만 각각 생각이 다르다보니 의견을 모으기가 여간 쉽지 않다.

모임의 방향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그런 고민을 끌어안고 밤의 산책을 시작했다.


"나는 왜 이 모임을 시작했는가.

이 모임의 끝에 기대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묵직한 질문이었지만

산책 내내 스스로 대답한 답은 항상 같았다.

내가 먼저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

함께 하는 분들이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고,

그것에 대한 답이 아니라면 언제든 멈춰설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그 기준에 따라 Do's & Don'ts가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첫 모임은 이렇게 여섯 명이 모여 시작했다.


나는 지금 나코리님과 함께 하고 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강연 프로그램인

'사람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대기업 기획자이다.

이미 유명해진 사람들을 강연자로 세우기 보다

바로 옆의 평범한 사람들이 강연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것,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답게 살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너무 멋지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달 강연자로 선다.


나는 지금 은미님과 함께 하고 있다.

경력 단절의 어려움을 마라톤으로 이겨낸 분이다.

육아의 어려움을 달리기를 통해 극복한 그는

비슷한 처지의 게으른 우리들을

다이어트 방에서 혹독하고 훈육?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로 인해 4,5kg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었고

140을 웃돌던 혈압을 120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물론 약의 도움도 함께 받고 있었지만

식단 조절과 운동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욕쟁이 할머니처럼 그를 피할 때도 있지만

내 삶의 전환점을 꼽으라면 결코 그를 빼놓지 않을 것이다.


몇 달 동안 오붓한 모임이 이어졌다. 모임이 이렇게 커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못했다.


나는 희원님과 함께 하는 중이다.

'디자인 2019'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 단위로, 년 단위로 인생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법을 배웠다.

무려 5시간의 워크샵을 통해

가장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졌다.

그는 매달 열리는 스몰 스텝의 모임의 모든 것을 챙긴다.

독깨비란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을 뿐더러

독립서점과 북카페를 투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런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것,

그 열정을 만나면 절로 신이 난다.


나는 지금 석헌님과도 함께 하는 중이다.

번지르르한 말만 가득한 이 세상에

하루 두 쪽의 책을 읽고

매일 100개의 감사를 실천하는 프로 실천러이다.

그렇게 그는 수백 권의 책을 읽은 후

다른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지식을 나눈다.

그런 일을 할 때 그는 가장 빛이 난다.

요즘 사람들은 유명인의 '선언'에 혹하지 않는다.

주변의 '실천하는' 이들에게서 더 큰 자극을 받는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그 스토리를 짧은 형태로 브런치에 옮겨 썼고,

그 글은 6,000분이 넘게 읽고 180여 분이 공유해주었다.

나는 이렇게 빛나는 그이 모습이 너무 좋다.


나는 또한 송담이님과 함께 하고 있는 중이다.

현직 수학 학원 원장이기도 한 그는

영어와 수학 만큼이나 인생의 설계도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스몰 스텝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유니콘(You need confidence)' 프로그램이 그 고민의 결과이다.

아이들의 스몰 스텝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이 빛났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나는 묘한 흥분이 일었다.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 수만 있다면

취준생과 사회초년생을 포함해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40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모이는 분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스몰 스텝'의 힘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혼자 힘으로 스몰 스텝을 실천해왔다.

그러다 뜻을 같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스몰 스텝은 단순한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나답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솔루션 중 하나이다.

그 답은 함께 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고

그 답은 함께 풀어갈 때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원자와 원자가 부딪혀 만들어내는 강력한 에너지처럼

우리는 다양한 모임과 강연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게 된다.

유료화를 해볼까? 강연 프로그램을 만들까?

앱을 만들어볼까? 관련 노트를 만들어볼까?

그냥 아예 비영리법인이나 법인을 만들어볼까?


하지만 그 전에 분명히 하고 넘어갈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Why'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왜 이곳에 모였고,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가.

답은 언제나 명확하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스몰스텝의 실천을 통해

작은 성공을 통한 자존감의 회복을 경험하고

자신도 몰랐던 숨어 있던 잠재력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함께 빛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

그것이 '스몰 스텝'이란 이름으로 모인 이유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또 전부이다.


이 분들은 스몰스텝 모임이 원래의 목적지를 향할 수 있도록 돕는 '나침반'이다.


모임이 커질 수록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모임도 많아지고 사브작 사브작 나가는 지출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수고를 기꺼이 지려고 한다.

습관을 만드는 프로그램은 많다.

강연 프로그램은 더 많다.

하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끈끈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며

그 안에서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스몰 스텝' 같은 모임은 흔치 않다.

이곳에선 청중이 강연자가 되기도 하고,

강연자가 저술가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성장한 사람들이 다시 비슷한 타인을 도울 것이다.

청중이 필요한 새내기 강사들에겐 강연의 기회를 제공하고,

독특한 취미나 개성 넘치는 프로그램을 가진 이들이

비슷한 목마름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꿔보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어제보다 오늘 좀 더 자기다워지고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현실의 기회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스몰 스텝을 통해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강연을 하고, 저술을 하고,

이렇게 멋진 분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내가 느낀 지금의 흥분과 보람과 만족과 행복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에 필요한 수고도 어쩌면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에 다다랐을 때

나는 비로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불금의 밤이었다.

나는 비로소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사자의 잠'을 잘 수 있었다.




* 이 멋진 분들을 아래의 '단톡방'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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