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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의 참맛을 찾아서, 토요 원서 미식회

100여 페이지의 삶이 끝이 났다. 지난 주에 있었던 67페이지까지의 마크 트웨인은 행복했다. 하지만 그의 노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출판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그는 생활비가 적게 드는 유럽으로 떠나야 했다. 그곳에서 딸을 잃었다. 전 세계를 전전하는 강연 여행으로 그는 가까스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사랑하는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인 마크 트웨인, 그도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한 권의 원서를 읽고 다시 30여 페이지를 읽었을 무렵 한 시간이 지났다. 두 번째 '토요 워서 미식회'가 그렇게 끝이 났다.



사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내가 한 권의 원서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두 번의 모임을 통해 그게 가능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이 'Who was' 시리즈를 읽는 속도는 분당 130 단어 정도, 이성봉 강사는 100에서 150 단어를 읽을 수 있다면 적당한 난이도라고 했다. 원어민의 책 읽는 속도는 250 단어 정도. 우리가 원어민들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 이유가 분명해졌다. 그들의 말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당분간은 이렇게 읽는 속도를 올리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읽었던 책도 다시 보지 않기로 했다. 전혀 새로운 원서에 먼저 도전하기로 했다. 모두 이 날 배운 토요 원서 미식회의 가이드에 따른 것이다. 영어에 조금씩 재미와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즉석에서 자신이 읽은 책에서 뽑은 단어들을 카톡을 통해 공유해주었다. '영어 문장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수집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좋은 문장가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좋은 글과 문장들을 수집한다. 사례와 지식들을 수집한다. 어느 날 번개처럼 뮤즈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는 일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 극히 일부의 경우에만 허락되는 것이다. 따라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글창고'를 가지고 있다. 그건 지나가는 광고 카피일 수도 있고, 매력적인 소설 석 대화일 수도 있으며,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간판일 수도 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심지어 여행지에서의 소리를 녹음한다고 했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된다. 이렇게 쌓인 글감이 앞으로 쓸 어딘가의 빈 문장을 채우게 된다. 고로 글 잘 쓰는 사람은 모두 대단한 관찰가이다. 그런데 영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성봉 강사는 좋은 영어 문장을 찾을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영어가 재밌다고 했다.



영어 문법을 공부하다가 몇 번이나 나가떨어졌었다. 영어는 어렵고 지루하고 힘겨운 정복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영어를 공부하는 방식은 그와는 완전히 다르다. 사전이 필요없는 다섯 개의 문장을 매일 외운다. 5분이면 듣는 훈련을 지난 6개월간 계속해왔다. 지금은 정말로 쉬운 책들을 골라 한 시간 동안 함께 읽는다.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이 토요 원서 미식회가 기다려진다고 했다. 일주일 중 가장 편안히 늦잠을 잘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희생?한 것이다. 어떤 참여자는 불금이 사라졌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금요일 밤이 망가지면 이 모임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영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라는 먼 길을 인도해줄 든든한 가이드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잘 생기기까지 했다(물론 남자인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No Pain, No Gain'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을 절반만 맞는 말이다. 몰라서 당하는 고통도 많다. 필요없이 돌아갈 때가 얼마나 많은가. 모든 것이 고통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대상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대가들이 고난을 겪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고통을 견딜만한 재미와 즐거움, 보람과 만족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수인 우리들 눈에는 그들의 고통만 보인다. 그리고 그 고통이 진정한 성장과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막아버리곤 한다.


토요 원서 미식회가 가르쳐준 것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라면 두 세번은 온 몸을 비틀었을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성봉 강사가 강조한 '환경설정'의 힘을 온 몸으로 경험한 하루였다. 1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두하는 에너지가 나의 몰입을 도왔다. 그런 환경 설정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내가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원서를 고작 1시간 반 만에 완독할 수 있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내게 가르쳐준 깨달음은 명확했다. 혼자 하지 마라. 함께 하라. 그것이 또 다른 지름길로 인도할 것이다. 영어가 이런 식으로 가능하다면, 아마도 다른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




* 참여자 정석헌님의 블로그 후기


* 이성봉 영어 스몰스텝방 (참여코드: sb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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