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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그 작은 시작의 이야기...

월요일 아침이었다. 단톡방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운영진 방에 제보가 잇따랐다. 스몰스테퍼 석헌님을 소개한 브런치 글이 브런치의 카카오톡 플러스를 통해 소개되고 있었다. 이미 포털 사이트의 첫화면을 장식한 바 있던 글이었다. 다시금 이렇게 소개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오전 내내 참가자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300명으로 제한된 참여자수를 1,000명으로 늘렸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단톡방은 비로소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열 분 정도의 운영자분들이 돌아가면서 안내를 했다. 그 안내조차 민폐가 될까봐 알람을 꺼달라는 안내를 다시금 해야 했다. 뒤늦게 브런치의 카카오톡 친구수를 확인해보니 25만을 넘고 있었다. 비로소 이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쉽게 들어온 분들은 쉽게 나갈 수 있다. 700이란 숫자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스몰 스텝을 통해 변화해온, 그리고 앞으로 변화해야 갈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첫 번째 수혜자는 운 좋게도 나 자신이었다. 15년 가까운 직장생활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다. 그저 생존이나 생계에 급급한 삶이 아닌, 나 자신을 찾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3년 여간 하루 세 줄 쓰기와 같은 간단한 실천들을 지속해왔다. 영어 단어 다섯개 외우기나, 하루 30분 산책 같은 평범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도전과 경험들이 조금씩 내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가감없이 브런치에 옮겨 썼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의 글이 폭발했다. 그날도 밤새 알람이 울렸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출간 제안이 왔다. 기대반 의심반으로 책을 썼다. 다행히 1년 전 '스몰 스텝'이란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내게 주어진 행운은 다했다고 생각했었다.


'스몰 스텝' 출간 이후 모였던 첫 번째 오프 모임, 이 곳의 몇 분은 지금도 운영진으로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무명 작가의 책이 슬금슬금 팔리며 3쇄를 찍었다. 시장에 나온 책 중 8할이 2쇄를 찍지 못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온오프믹스에 무료 강연의 글을 올렸다. 강남역 인근 토즈에 대여섯 분이 모여 내 강의를 들어주었다. 그날 뒷풀이 장소는 '순남 시래기'였다. 그 한 번의 모임이 아쉬워 다음 달에도 모이기로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오프모임이 겨우겨우 지속되었다. 그러다 또 한 번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단톡방에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오프모임 참여자 수가 쉴새 없이 늘어났다. 혼자 감당할 수 없어 10여 분의 운영자를 뽑아 따로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단톡방이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말하면 이뤄진다'는 운영진 사이의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단톡방이 늘어나자 번개 모임도 함께 늘어났다. 주말이 사라졌다. 이 모두가 스몰 스텝이 만들어낸 (내게는)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변화들이었다.


우리는 함께 '스몰 스텝'을 실천한다. 그 내용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매일 두 쪽의 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매일 다섯 개의 영어 문장을 외우는 사람들도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몸무게와 식단, 운동을 인증하는 사람들도 있고, 매일 하나씩의 새로운 글을 쓰거나 낭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 꽃 사진을 공유하는 사람, 함께 푸쉬업을 하며 상체를 인증하는 강한? 남자들의 방 '강남방'도 있다. 매일 수학 문제를 푸는 신비한 사람들도 있고, 필사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방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트리즈로 매일 하나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신박한? 방도 생겨났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다. 이 모든 방들이 거의 모두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봉영어'의 이성봉 강사와 함께 8번 째의 스몰 스텝 정기모임을 마치고...


최근 '습관'에 관한 관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하고 있는 것을 본다. 나 역시 여러 건의 출간 제안을 새로 받을 만큼 이 관심은 뜨겁기 그지 없다. 모 방송사에서는 이 주제로 다큐멘터를 만들었고, 같은 주제의 책이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스몰 스텝은 '습관 만들기'가 목적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실천하는 습관은 '도구'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니다. 우리가 이런 다양한 스몰 스텝들을 실천하는 이유는 '나답게 살기' 위해서다. 그 누구의 삶도 아닌 나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살고 싶어서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나의 일상에 활력과 재미와 보람과 에너지를 주는 작은 실천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는 그것들은 쉽고 간단한 실천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실천들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니 더욱 쉬워졌다. 전문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황홀한 글감옥'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려 100일 동안 함께 글을 썼다. 인스타그램으로도 쓸 수 있는 짧은 글도 허락되는 방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라고 사람을 기쁘게 한다. 자존감을 높여준다. 하루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준다. 그 에너지로 각자에게 숨겨진 장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건 혼자만 나누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반응은 위에서 이야기한 그대로다. '평범한' 우리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보통의 사람들에겐 '비범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희망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저렇게 작은 실천으로도 한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이론이 아닌 실제의 삶으로 보여준 것이 우리가 한 일의 전부였다. 지금까지 네 사람의 이야기를 썼고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이들 중 이미 유명했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스몰 스텝을 실천하는 '스몰 스테퍼'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지치지 않고, 매일같이 실천해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누구라도 함께 하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껏 함께 했던 분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8번 째 정기모임은 격주로 영어 원서를 읽는 '토요 원서 미식회'로 이어졌다.


바야흐로 개인의 시대다. 빵집 하나도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 빵집이 사랑받는 시대다. 이런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다양성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스펙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각광받고 있다. 서울대를 가고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극소수의 사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다운' 삶의 기준은 백만 명이 모이면 백만 개가 된다. 가장 나다운 삶은 오직 나 밖에 살 수 없는 삶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이 행복한 '나다운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해법 중의 하나로 우리는 '스몰 스텝'을 실천했다. 나의 경우는 그것이 글쓰기와 강연이었다. 내가 먼저 나를 실험했다. 내 삶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미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자기다움'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빛나는' 과정들을 옮겨 적고 싶었다. 운 좋게도 그런 사람들을 매일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그 공간이 바로 이곳, 스몰 스텝 단톡방이었다.


오늘 이 방을 찾은 분들에게 되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기대로, 어떤 이유로 이 방을 찾았는가. 만일 위의 이 글이 와닿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쩌면 기대와는 다른 단톡방을 찾아가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 각자가 저마다의 개성과 능력을 가지고 다르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그러나 모두가 '나다운' 삶을 열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 여러분들에게 확신을 가지고 말하고 싶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과 함께 한 지난 1년의 변화가 가슴 벅차도록 놀라웠다는 사실을. 이제는 이러한 유익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매일 두 쪽의 책을 읽는 스몰 스테퍼, 석헌님과 함께 했던 9번 째 정기모임을 마치고...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뷔페의 메뉴처럼, 이미 만들어진 14개 이상의 다양한 스몰 스텝 단톡방을 들여다보아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와 가장 어울리는 스몰 스텝을 함께 실천했으면 좋겠다. 매일 두 쪽의 책을 읽어도 좋고, 매일 다섯 개의 영어 문장을 외워도 좋다. 매일 한 줄의 글을 함께 써봐도 좋고, 매일 하나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나누는 방을 함께 해도 좋다. 그림을 그려도 좋고, 필사를 해봐도 좋다. 도저히 마음에 드는 스몰 스텝이 보이지 않는다면 직접 만들어봐도 좋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것이어야 한다. 5분을 넘기지 않을 만큼 간단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하고 나면 뿌듯한 '무엇'이어야 한다. 하지만 매일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지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지난 3년 동안 지속해왔던 것처럼,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함께 해왔던 것처럼.


이 곳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해지는 곳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비범함은 세상이 말하는 '최고'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나 자신이 만족하는 삶이다. 나 자신이 나다워지는 삶이다. 내게 매일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삶이다. 우리는 각자 다르게 태어났으니, 우리에게 힘을 주는 그 무엇(Driving Force)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폭발이 일어난다. 원자들이 부딪혀 상상도 못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그 변화가 어떤 것들이었는지 우리는 지난 1년간 다양한 실험들을 해왔다. 그 기록을 다양한 방식의 인증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여러분이 본 글은, 여러분이 본 변화는 그 놀라움 중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장 놀라운 변화란 대체 무엇일까? 그건 바로 '당신' 변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당신이 가장 '당신다워지는' 바로 그 순간이다. 우리가 단톡방을 만들고, 오프 모임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여러분들에게 제안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제 바로 '당신'이 달라질 차례다.



모임이 계속되면서 스몰 스텝 운영진이 새로이 만들어졌다.


영어에 목마른 이들을 열광케 했던 성봉영어의 이성봉 강사와 함께 했던 8번째 정기 모임.


100일 간의 글쓰기 중 50일 째 되던 번개 모임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를 듣는 '사람책' 모임.
스몰 스텝 영어방의 번개 모임. 이 모임을 통해 '토요 원서 미식회'가 만들어졌다.


매일 두 쪽의 책을 읽는 정석헌님과 함께 한, 뜨거웠던 9번째 정기 모임을 마치고.


스몰 스테퍼, 정석헌님. 그는 실제로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1년의 삶을 계획하고, 반 년의 삶을 함께 반추했던 '디자인 2019 모임'




*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 스몰 스텝 단톡방


* 스몰 스테퍼, 정석헌님의 이야기


* 스몰 스테퍼, 이성봉님의 이야기


* 스몰 스테퍼, 정희원님의 이야기


* 스몰 스테퍼, 임세환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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