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나오고 싶어한다. 이미 나온 사람은 월급을 부러워한다. 다람쥐 쳇바퀴 같이 돌고 도는 공식이다. 이 쳇바퀴를 빠져나오는 방법은 한 가지다. 환경이 아닌 자신을 바꾸는 것. 그것이 가능하다면 회사 안인지 밖인지는 크게 의미가 없다. 이 답을 못 찾는 사람들에게는 회사 안도 밖도 모두가 지옥이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회사를 나갈 것인가, 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가장 '나다운 삶'이 어떤 삶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 한 직장인이 있다. 대기업에서 교육 관련 업무를 한다. 그런 그가 '독깨비'란 독서모임을 한 지는 2년이 넘었다. 최근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바로 독립 책방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두 가지 모임만 해도 벅찰 터인데 그는 '스몰 스텝'의 초대 멤버?다. 저작의 무료 특강에 참여했다가 벌써 1년 가까이 함께 정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아무런 보상도 댓가도 없다. 누군가가 이 일을 강요한 것도 아니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직장인이 '바빠서' 하지 못한다는 모든 핑계가 변명처럼 들린다. 그는 요즘 회사 일로 누구보다 바쁘다. 그런데 한 가지 얘기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또 한 가지 있다.
올해 초 스무 명 넘는 직장인과 일반인들이 함께 모여 '디자인 2019'란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함께 모여 정해진 질문에 답하며 한 해의 계획을 세워보는 모임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얼추 그저 그런 모임이겠거니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임은 5시간 동안 거의 쉼없이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참석자들의 반응은 '아쉽다'는 거였다. 주말 오전과 오후의 5시간을 쏟아부을만한 가치가 충분한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참석자들은 매 주 자신의 한 주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각자 수행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중간 점검 워크샵이 열린다. 이번에도 스무 명 넘는 참석자들이 이 강행군에 기꺼이 참여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준비가 즐거운 듯 했다. 무엇보다 '자신있다'고 했다.
그를 보고 있자면 이런 의문이 든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열정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가. 지난 봄 호주를 다녀온 그는 올해 여름 몽골에 다녀온다고 한다. 그의 일주일을 들여다보면 철인의 삶을 보는 듯 하다. 호기심과 열정이란 말로는 그를 설명하기 식상하다. 나는 그 답을 그의 예명에서 찾았다. 그는 '평온한 액터 정'이란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였다. 일종의 개인 브랜딩이 셈이다. 평온하면서도 액티브한 삶이 무엇인지는 그를 보면 이해가 된다. 평소엔 한 없이 부드러운 사람처럼 보였다가도, 자신에게 자극을 주는 사람이나 프로그램을 만나면 두려움 없이 실천한다. 그에게 삶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사람이 사람으로 연결된다. 기회가 기회로 이어진다.
회사 생활이 무료한가? 그의 삶을 벤치마킹해보라. 회사 밖으로 나가고 싶은가? 그의 삶을 들여다보라. 회사 안에서도 충분히 회사 밖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어디서 에너지를 얻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하여 그곳에만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아도 남다르게 살아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는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그는 지금도 매일 글을 쓰고, 낭독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스몰 스텝의 다양한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최근 들어 매일 야근을 하면서도 그 삶은 도무지 흐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다. 그러나 그 삶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한없이 평온하면서도 뜨겁게 역동적인, 그의 특별한 삶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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