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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신을 위해 박수를 쳐 본 적 있나요?

스몰 스테퍼, 공감통역사 김윤정

내가 지금의 와이프와 결혼을 결심한 건 고양이 때문이었다. 어느 날 철길에서 다리를 다친 고양이를 발견한 그녀는 동물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수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동물을 싫어하는 부모님 때문에 다락방에 숨겨 키웠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그 고양이를 내가 입양했다. 나는 생각했었다. 죽어가는 고양이를 저렇게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혼 18년차인 우리 집은 길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입양한 새끼 길냥이 별이는 딸아이의 학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폭우가 예고된 어느 날, 와이프는 기어이 이 녀석을 데려오고야 말았다. 지금 별이는 이 글을 쓰는 내 책상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오늘 소개할 한 사람의 사진을 바라보니 문득 그때의 그 고양이와 와이프 생각이 났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녀는 한 번 결혼에 실패했다. 개인 회생 프로그램을 거칠만큼 어려운 시기를 견뎠다. 상담을 공부한 그녀는 재소자를 위한 강의를 자주 다녔다. 들을 준비는 커녕 적대감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상대로 공감을 이야기했다. 쉬울리 만무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치게 했다. 누가 봐도 듣는 이를 고무시킬 이벤트 정도로 여기기 딱 좋은 박수였다. 하지만 그녀의 짧은 강연에 참석했던 나는 전혀 뜻 밖의 답을 들었다. 그 박수가 실은 강연자인 자신을 향하는 것이라 했다. 스스로를 격려하는 박수, 스스로를 사랑하는 박수, 스스로를 응원하는 박수라고 했다. 나는 아직도 박수의 여운이 남은 내 손에서 그녀의 진심을 읽었다. 어쩌면 그날의 와이프도 고양이가 아닌 자신을 구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의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도 그 박수가 아닐까. 그를 단순한 상담가 이상의 사람으로 바라본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스몰스텝 운영진인 그녀가 한 번은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곳 운영진 방은 아무 얘기나, 아무 사진이나 올릴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해쉬태그가 '#운방이니까' 이다. 그 동영상은 어느 집의 거실 안을 비추고 있었다. 몰래 찍은 듯 화면이 흔들거렸다. 그 영상 안에는 중고등학생으로 잘 생긴 두 아이가 저마다의 작업에 열중해 있었다. 한 남자 아이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다른 한 아이는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단란한 가정의 한 때로 보였다. 하지만 이 장면을 찍기까지 그녀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다. 이혼 후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했다. 소외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상담을 했다. 메이저 방송국에서 라디오 방송도 했다. 그 영상은 이혼 후 떨어져 있었던 아이를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남긴 장면이었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했을 영상이었다. 하지만 세상엔 그 평범한 일상이 간절한 바람이 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그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찾아 상담을 도와주는 이유는 그들이 안쓰럽거나 불쌍해서가 아닐 것이다. 바로 그녀 자신을 향해 치는 한 번의 뜨거운 박수였을 것이다.


요즘 들어 그녀를 자주 만난다. 자신이 쓴 글조차 노출을 꺼리던 그가 우리와 함께 하며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생방송을 그녀의 진행으로 함께 했다. 놀랍게도 방송?을 진행하는 그녀는 평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보라색 머리빛깔이 그토록 잘 어울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너무도 '그녀다워' 보였다. 그와 얘기하다보면 마음이 한 없이 따뜻해진다. 묻지 않은 질문에도 답하고 싶어진다. 내가 겪었던 힘들었던 일들을 하나 둘씩 쏟아놓게 된다. 그녀는 공감이 무엇인지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한 가지다. 삶이 그에게 허락한 고통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 상처로 신음할 때 그녀는 박수를 쳤다. 상처받은 자신을 위하여. 놀랍도록 당당하게 그 상처를 감싸안은 스스로를 위하여. 그런데 아마 그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그 박수가 그 자신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최근 그녀는 '세 줄 일기'라는 스몰 스텝방 단톡방을 새롭게 개설했다. 이 방에서는 사람들이 매일 일기를 쓴다. 첫 줄은 그 날 가장 안좋았던 일을, 둘째 줄은 그날 가장 좋았던 일을, 마지막 줄은 그 날의 느낌이나 다음 날을 향한 각오를 쓴다. 그녀는 그 일기에서 사람들의 숨은 욕구를 발견하고 싶다고 했다. 그저 하루 하루 스치고 지나갈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상처입고 있는 우리를 돕고 싶다고 했다. 공개를 원하면 공개로, 공개를 원치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기다. 하지만 지난 3년 간 이 세 줄 일기를 써온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세 줄 속에 숨은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는 일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 세 줄이 결국은 가장 나다운 삶으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그러니 상처 입은 자들이여 그와 함께 박수를 치자. 오늘도 힘차게 살아낸 자신을 힘껏 격려하자. 기왕이면 그 모진 생의 테스트를 온몸으로 받아낸 그녀와 함께해보자. 당신의 오늘이 힘들다면, 그것은 당신이 모자라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받아주고 이해해줄 그 한 명의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그녀와 함께 일상의 여행을 함께 해보자. 스스로를 향해 박수를 쳐보자. 당신의 인생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빛날 때까지.





* 공감 통역사 '김윤정'과 함께 하는 세줄일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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