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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요일, 파리 공방의 아침

아침 9시, 위례 신도시에 있는 카페 '파리공방'은 한산했다. 10명의 스몰스텝 운영진 중 7명이 모였다. 하나 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모인 '이유'였다. 나부터가 그랬다. 왜 모이자고 했는지가 명확치 않았다. 단톡방에서 커피를 대접한다는 나코리님의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가겠다고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짜고짜 그 이유부터 물었다. 가장 먼저 누가 말을 꺼냈는지를 성봉쌤이 설명해주었다. 여차저차 설명이 이어졌지만 사실 그건 중요치 않았다. 커피 한 잔의 욕심이 부른 분주한 평일 아침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전에도 자주 있었다. 약속 몇 시간 전, 먼저 온 사람끼리 모임을 시작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우리가 왜 모였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함께 하면 즐겁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생김새도 나이도 다르지만, 직업도 관심사도 다르다. 감정평가사, 영어 강사, 학원 원장님, 대기업 전략기획실 직원, 대기업 교육 담당 직원, 촬영 전문가, 스타트업 직원, 상담 전문가, 브랜드 컨설턴트까지... 이렇게 모두 다른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아준게 바로 '스몰 스텝'이었다. 하지만 그 스몰 스텝을 실천하는 방법조차 모두 다르다. 칼 같이 모든 리스트를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실천하는 사람도 많다. 단톡방을 수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이슈나 안건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낸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우리가 좋다. 어느 하나의 의견에 압도되지 않는 자유로움, 그러나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 만큼은 변치 않는 이런 모임을 알게 된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이란 말인가.



이 날 우리는 상담 전문가 윤정쌤의 인도?하에 페이스북 생방송을 했다. 며칠 전 느닷없는 첫 생방송에 이은 두 번째 방송이었다. 이미 라디오 방송에 여러 번 출연한 적 있는 윤정쌤 때문인지 첫 녹화인데도 비교적 매끄러운 대화들이 우리 사이를 오고 갔다. 주요한 주제 역시 스몰 스텝이었다. 우리는 왜 스몰 스텝을 실천하는가. 그것이 우리의 삶에 준 유익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이런 즐거운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가. 그렇게 가볍게 촬영을 마치고 인근 1,000원짜리 초밥집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이후 내가 빠진 후에도 모임은 계속됐다. 아침 9시에 모인 우리가 모두 헤어진 시간은 대략 오후 2,3시 경. 하지만 놀랄 일도 아니었다. 다른 모임 때도 늘 그랬으니까.


최근 브런치 플러스 친구에 석헌님에 관한 글이 소개되면서 스몰 스텝 메인 단톡방의 참여자 수가 700명을 넘어 섰다. 가볍게 들른 분들이 많은 만큼 이 수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 모임의 가치를 알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700명 보다 이 10명의 운영진(페북관리자까지 더하면 13명에 이른다)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 분들이 다른 분들보다 더 뛰어난 분들이어서가 아니다. 나는 평범한 우리들이 달라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숫자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스몰 스텝이 진짜라면 내게 찾아온 그 변화가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찾아와야만 한다. 우리 모임을 통해서 저마다 '자기다운' 삶의 기쁨과 행복을 발견하고, 그 유익은 또 다시 다른 이들에게로 전파되어야 한다. 16개에 이르는 스몰 스텝 단톡방이 만들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각자 다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다운 삶을 살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두 쪽의 책을 읽는 석헌님은 촬영 전문가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무려 7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가 왜 멀쩡한 회사를 나와 지금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가 어떻게 독서와 감사 일기를 통해 자기다운 삶을 찾았는지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다고 확신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회사를 나올 이유는 전혀 없다. 대기업 직원인 나코리님은 연차가 모자랄 정도로 자신의 관심사를 사이드잡으로 연결시켜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가 돈이 부족해서 그런 일을 해온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가장 빛나는 순간, 자신에게 가장 큰 에너지를 주는 일이 무엇인지를 발견한 사람들의 삶은 이렇게 확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날 진행을 맡은 윤정쌤은 이혼과 개인 회생의 아픔을 두루 경험한 상담가다. 제대로 아파본 사람이 상처 입은 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그의 위로와 공감이 강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카메라 앞에서의 그는 평소의 모습과는 또 완전히 달랐다. 가장 나다운 사람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 자신의 재능과 선한 영향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 우리는 지난 1년 간 그런 변화를 숱하게 보아왔다. 격주 토요일 아침이면 커피 한 잔 값으로 7년 경력의 영어 강사와 함께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모임이 있다. 수원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담이님은 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학원생들에게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즉석에서 또 하나의 TFT가 만들어졌다. 각자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가지고 담이님을 돕기로 했다. 이런 일은 스몰 스텝 운영진 안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빛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이 말이나 구호로 그치는 것이라면 사양하고 싶다. 우리는 지난 1년 간의 동행을 통해 '신뢰'라는 큰 선물을 얻었다. 우리 각자가 어떻게 변하하고 달라지는지를 눈으로 목격해왔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가 어떻게 특별하게 빛날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해온 것이다. 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이곳 브런치에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 이미 4명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고, 그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나는 그렇게 작게 빛나는 우리들이 좋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처럼 희망과 가능성의 에너지를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할 일은 한 가지다. 내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이들의 삶의 변화를 함께 울고 웃으며 지켜보는 것, 각자의 스몰 스텝을 통해 변화하는 삶을 기록하는 것, 그 변화가 만들어내는 선한 영향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는 것. 신뢰와 투명함으로 이 모임의 가치를 지켜가는 것.


그러고보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100일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축하는 '황홀한 글감옥' 쫑파티가 있고, 다음 주에는 10번 째의 정기모임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현직 아나운서인 타마님과 함께 낭독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이다. 이미 정원을 훌쩍 넘긴 40여 명의 사람이 이 모임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 작은 시도와 도전이 만들어낼 어떤 변화에 대해. 우리가 모인 이유는 하나다.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운영진인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 스몰 스텝 단톡방


* 스몰 스텝, 두 번째 페이스북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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