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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완성하는 세 가지 조건

병아리 글쓰기 모임, 황홀한 글감옥 시즌1 쫑파티 후기

응급구조학과에 들어가고 싶은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1,2등급이 아니면 지원조차 할 수 없는 학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학생은 쉬는 날이면 소방서를 찾았다. 소방관이 제발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할만큼 정말로 소방서와 소방관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소화기를 바꾸기도 했다. 워낙 이 일을 좋아하니 노후화된 소화기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학생은 수시로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입학 여부를 결정짓는 담당자라고 해도 이 학생을 뽑았을 테니까 말이다.


오늘은 글쓰기 모임이 두 개나 이었다. 오전 10시, 분당에서 첫 번째 글쓰기 모임이 있었다. 격주로 만나 실제로 한 편의 글을 쓰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 모임이다. 약 3개월간 모여 함께 글을 쓴 후 목차와 프롤로그라도 완성해 전시회를 하기로 했다. 그 서문을 직접 읽는 낭독회도 열기로 했다. 오후 2시에는 100일 간의 온라인 글쓰기 단톡방의 쫑파티 모임이 이었다. 이른바 '황홀한 글감옥'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 곳에서도 비슷한 결정이 내려졌다. 한 달간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2 역시 글쓰기를 끝마치면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책으로 편집하기로 했다. 마치 그림 전시회를 하듯이 말이다. 그 글을 자신이 직접 읽는 낭독회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 모임을 연달아 하면서도 의문은 여전하다. 왜 우리는 이토록 글쓰기를 갈망하는가. 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내 삶을 기록으로 남겨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내가 한 일과 일상의 기록들을 '책'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 자체를 '본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여간 우리는 쓰고 싶어한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 어떻게 하면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물론 글쓰기에는 기본적인 훈련과 스킬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하다못해 가전 제품에도 매뉴얼이 있듯이 글쓰기에도 다양한 원칙과 기술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술이 호응하는 글을 써야 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해야 하며, 팩트를 논리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타인을 글로 설득할 수 있을 테니까. 어떤 글은 오감으로 써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글의 종류에 따라 그 방법은 또 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가장 나다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그런 글이 경쟁력 있고 생명력 있는 글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르코님이 들여준 위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 학생은 무엇을 좋아하는게 그치지 않았다. 그것을 증명할 만한 수많은 경험, 즉 스토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나다운 글이란 이렇게나 구체적이다. 내가 무엇을 얼마만큼 좋아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글이 좋은 자소서가 된다. 훌륭한 사업기획서가 된다. 감동적인 에세이가 된다. 때로는 영혼을 울리는 시와 소설, 카피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것은 한 가지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 삶을 위해 지금 내가 경험하고 도전하는 일은 무엇인가. 어떤 좌절을 경험했는가. 그것을 바로 글로 옮겨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글이 진짜 좋은 글이다. 당신다운 글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다.



좋은 글의 종류는 꽃의 수만큼 많다. 장미의 수만 해도 7만 종류나 된다고 한다. 하물며 꽃이 그럴진대 사람은 또 얼마나 다양하고, 그들의 삶은 또 얼마나 유니크한가. 우리 삶 자체가 완벽한 글의 소재다. 하지만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남이 가는 맛집, 남이 사 입는 곳, 남이 읽는 책만 읽어서는 그런 글을 쓴다는 건 요원한 일이 된다. 아주 작은 선택이라도 '나다운' 결정을 내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글감이 된다. 좋은 저자는 훌륭한 글창고를 가진 사람이다. 나다운 도전과 좌절, 나다운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 그래서 스몰 스텝이 좋은 것이다. 일상의 아주 작은 습관들로 내 삶을 나다운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함께 할 때 비로소 가장 '나다워진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싶다면 함께 써보아야 한다. 애정어린 피드백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폐적인 글쓰기가 아닌,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정말 나다운 글을 쓸 수가 있다. 그러니 석 달 동안의 오프라인 글쓰기 '병아리 글쓰기' 모임에 함께해보자. 한 달 간의 온라인 글쓰기 '황홀한 글감옥'에 도전해보자. 혼자서는 결코 쓸 수 없는 글들을 함께 할 때 비로소 써볼 수 있다. 좋은 글을 만드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마감이고 하나는 입금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바로 상처없이 조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공동체다. 그런 공동체가 지금 스몰 스텝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혹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역시 누구보다도, 당신의 간절한 그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열정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 병아리 글쓰기 모임 (격주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


* 황홀한 글감옥 (30일간 온라인 글쓰기 모임)


* 송담이님의 병아리 글쓰기 모임 후기


* 송담이님의 황홀한 글감옥 시즌1 쫑파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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