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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오늘도 변함없이 스몰 스텝을 걸으며

나는 달리기를 못했다. 단거리도 장거리도 꼴찌는 따논 당상이었다. 딱 한 번 3등을 했는데, 뛰는 중간에 구구단 문제를 풀어야 하는 달리기 경기였다. 그런데 살아보니 인생의 달리기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졸업도, 입사도, 승진도, 내 집 마련도(아직도 전세다) 항상 남보다 두어 발짝 뒤처지는 삶을 살았다. 패배감이 엄습했고 루저의 삶을 자책했다. 저 멀리 앞서 가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부러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 보폭으로 걷고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형, 너무 잘 나가는 것 아냐? 뛰다 못해 날고 있는 것 같애."


같은 회사를 다니던 누군가가 말했다. 회사를 나온 사람들 중 제일 잘 나가는 것 같다고. 물론 내게도 할 말이 많았다. 페이스북에 나온 단편적인 모습들이 전부는 아니라고. 여전히 1인 기업가의 삶은 고되고, 돈도 명성도 아직 멀기만 하다고. 책 한 권 낸게 무슨 대수라고... 그러면서도 나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누구에게 내세울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행복하다고. 어쩌면 가장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매일 매일이 기대되고 흥분된다고.



오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몸무게부터 쟀다. 세 줄의 일기를 쓰고 스몰 스텝 플래너를 썼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녹음해 팟캐스트에 올리고, 성봉영어를 듣고 일본어 공부를 했다. 쓰닮쓰담 글쓰기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모두가 5분, 10분이면 가능한 일들이다. 다른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닌, 내가 만족하고 즐겁고 행복한 실천이자 습관들의 연속이다. 이렇게 한 두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슴 속 깊인 곳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내 작은 행복의 시작점에 불과했다.


오늘은 스몰 스텝 정기모임이 1주년을 맞는 날이다. 정확히 1년 전 첫 모임을 시작했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걱정으로 오프 모임을 개설했다. 스몰 스텝이란 책을 쓴지 서너 달이 지난 날이었다. 다행이 몇 명의 사람들이 내 강의를 들으러 빗길을 뚫고 와주었다. 나는 성심을 다해 강의를 했고 이야기를 나누고 뒷풀이까지 했다. 대략 대여섯 명 정도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500명을 넘어섰다. 9명의 운영진이 1주년 행사를 준비했다. 3시의 1주년 모임 전, 아침 10시에 글쓰기 모임이 있다. 내일은 북카페 투어가 있다. 주말이 사라졌다. 동시에 우울도 사라졌다. 오랫동안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내 인생도 바뀌었다. 나는 지금 나만의 보폭으로 걷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감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인생의 달리기에서 뒤처져 있다. 내 집도 없고 모아놓은 재산도 없다. 특별한 스펙도 없지만 쌓아놓은 이력도 더더욱 없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나는 내 방식으로 내 인생을 걸어가고 있고, 무엇보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다. 각자 생김새도, 직업도, 연령도 다른 사람들이 스몰 스텝이란 이름으로 함께 모여 자기 발견을 훈련하고 있다. 19개의 단톡방을 통해 서로의 실천을 함께 나누고 있다. 9명의 운영진과 500여 명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 그러니 어찌 우울하겠는가. 어찌 외롭겠는가.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태풍이 오고 있다. 간간히 비가 흩날리고 있다. 1주년 모임을 앞둔 오늘 아침, 창 밖의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오늘 모임에 신청한 50여 명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대로 설레며 기다리고 있을까, 날씨가 궂다고 행여 마음을 접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상관 없다. 감히 단언컨대 안 온 분들은 후회하리라. 각자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멋진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혼자만 듣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오늘 그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려 한다. 스몰 스텝을, 각자의 보폭대로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인생은 달리기다. 하지만 한 방향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방향으로, 사방 팔방으로 달려나가야 한다. 거기엔 결승점도 없고, 등수도 없다. 기록도 필요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보폭으로 걷는 일이다. 나는 오늘 몇 달에 걸친 일본어 단어 외우기를 그치고, 일본어 문장 공부를 새로이 시작했다. 그러자 함께 공부하는 누군가 내게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나는 그것이 내 인생을 위한 찬가처럼 들렸다. 신이 났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지만 내가 달라졌다. 그러니 당신도 달라질 수 있다. 비범해질 수 있다. 당신만의 인생을 당신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말이다.


"ところで発音が立派です。"

도코로데 하츠온가 릿파데스

그런데, 발음이 훌륭하군요~!!!



* 스몰 스텝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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