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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마중물

새벽 4시 58분,

LED 시계를 밝히는 두 개의 숫자 사이에서

초를 알리는 두 점이 열심히 반짝인다.

나는 우선 양치를 하고

뜨거운 물에 6에 차가운 물 4를 섞은

조금 덜 뜨거운 물을 천천히 마신다.

일어난 시간을 사진으로 찍어

'미라클 모닝'이라는 단톡방에 인증샷을 올린다.

이미 열 명이 넘은 사람들이

바지런하게도 리스트를 가득 채우고 있다.

따뜻한 물로 몸을 깨운 것이라면

이제는 마음이 뒤이어 기지개를 켠다.

나는 그제야 모니터로 다가가

어제 읽다만 전자책을 펼친다.

조지 오웰이 쓰는 '나는 왜 쓰는가'

철학적인 제목이 가려진 그의 민낯은

놀랄만큼 처절하고 미칠듯이 생생하다.

몸과 마음에 이어 생각이 잠을 깬다.

읽은 만큼 쓸 수 있다고 믿는다.

쓰는 일은 독서와 경험의 마침표다.

아무런 글도 쓰지 않고

점을 찍는 사람은 없다.

글이 쓰이지 않을 때면 하루키를 읽는다.

특히 그의 초기작들을 읽는다.

어느 날 야구장에서

'딱'하는 소리를 듣고 소설가가 되기로 했다는

그의 마법같은 이야기를 그때마다 떠올린다.

그조차도 질릴 때면 스티븐 킹을 읽는다.

공포와 스릴러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무섭도록 치밀한 사람에 대한 이해,

밀도 높게 그려지는 그만의 분위기를 좋아해서다.

굳이 표현하자면 일종의 스타일이랄까.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읽는다.

마치 한 잔의 커피와 토스트 한장을 먹듯이.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습관이 되어야 한다.

뮤즈의 힘을 빌려야 한다.

6:4의 비율을 지킨 따뜻한 한 잔의 음양탕도

미라클 모닝에 올라오는 인증샷들도

하루키와 스티븐 키의 책들도

내게는 글쓰기를 위한 마중물들이다.

그렇게 매일 이어지는 생각의 펌프질

그것이 내 몸 속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쓰기의 근육들을 키우고 있다.





* '쓰닮쓰담', 평범한 사람들이 작가로 다시 태어나는 글쓰기 오프 모임입니다 :)

(참여코드: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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