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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맵으로 글쓰기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글 쓰기 쉬울 때가 있다.

마법처럼 글이 써질 때가 있다.

그 때 내가 하는 일은 한 가지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받아 적는 것이다.

미친 듯, 신들린 듯 글이 써질 때가 있다.

내가 타고난 글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고백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런 날은 정말로, 아주 드물다는 것.

그렇게 쓰인 글이 언제나 최고의 글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하얗게 빈 화면은

괜스레 사람을 조바심나게 만든다.

뭐라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죄어온다.

그러나 글쓰기는 정교한 작업이다.

준비 운동 없이 뛰어드는 수영은 위험하다.

몸을 풀지도 않고 달리는 사람은 무모한 사람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워밍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바른 글을 쓰기 위한 네비게이션이 필요하다.

완성된 글을 쓰기 위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것은 메모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다.

그럴 때 가장 유용한 프로그램 하나가 있다.

다름아닌 '마인드 맵'이다.


걸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것들


나는 최근에 '걸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것들'이라는 글을 썼다.

나는 이 글을 그냥 쓰지 않았다.

우선 쓰고 싶은 내용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어 보았다.

그리고 그 글들을 촘촘히 구성했다.

적절하게 연결되는 가지들을 찾아 각각의 내용을 연결했다.

소설과 같은 엄청난 글을 쓰는 데는 잘 모르겠으나

한 두 페이지의 에세이나 칼럼을 쓰는데는 꽤나 유용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글에 군더더기가 없어진다.

중언부언하지 않게 된다.

명확하게 할 말들만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숨은 장점이 있다.

마인드 맵으로 그리다가 내용이 막히는 경우이다.

그럴 때는 미완의 마인드 맵을 따로 저장해둔다.

내용과 구성에 확신이 들 때까지 묵혀둔다.


'정석헌, 매일 두 쪽의 책을 읽는 사람'은 이렇게 쓰여졌다. https://brunch.co.kr/@aiross/519


물론 반드시 이 설계대로 글이 써지진 않는다.

그럴 때면 쓰는 중간 중간 설계도를 고친다.

뜻하지 않은 지름길을 만날 때도 있고

첨가할 내용이 중간에 떠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무시하고 과감히 샛길로 들어선다.

그래도 문제 될 건 없다.

새로운 안내를 시작하는 내비게이션처럼

그에 맞는 지름길을 추가하면 그 뿐이다.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가의 여부다.

애초에 이 글을 쓴 목적을 기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창작은 한 순간에 변화하는 마법과도 같은 일이 아니다.

지고지난한 산행처럼 고달픈 일이다.

깊은 산 속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지도가, 나침반이 바로 마인드맵이다.

그러니 아주 짧은 글이라도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해보자.

당신의 글쓰기 산행이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글쓰는 작업 자체가 즐거워질 것이다.





* '쓰닮쓰담', 평범한 사람들이 작가로 다시 태어나는 글쓰기 오프 모임입니다 :)

(참여코드: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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