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의 어느 토요일, 그 날은 태풍의 북상으로 종일 비를 예고하고 있었다. 나는 괜한 조바심으로 가끔씩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날은 스몰 스텝 1주년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이었다. 하필이면 이런 날이었을까. 원망과 후회가 종잇장처럼 팔락거렸다. 그러나 그날 태풍은 한반도를 비껴갔다. 비는 오지 않았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그대신 사람들이 몰려왔다. 공간 문제로 인해 제한한 40명 정원을 훌쩍 넘겼다. 되려 당일 참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50여 명의 사람들이 한바탕 신나게 웃고 즐기는 모임이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 사실 그날의 모임에 내가 한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1주년 기념 케잌의 불을 끄고 약 10분 간 스몰 스텝에 대해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전적으로 운영진의 몫이었다. 사람들이 신들린 것 같았다.
오프닝을 알리는 윤정쌤의 액티비티는 놀랍고도 신선했다. 모임 장소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온 사람들부터 줄을 세웠다. 가장 멀리서 온 사람에게는 선물이 주어졌다. 처음 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말문을 여는 신통방통한 일들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 액터 정은 그날 하루 종일 날아다니며 사회를 보았다. 은미님은 보이지 않는 이름표부터 간식까지 보이지 않는 모든 준비를 거짓말처럼 끝내주었다. 나코리님은 사진을 찍고 석헌님은 영상을 촬영했다. 성봉쌤은 얼굴마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송사장은 언제나처럼 와이프와 함께 저 멀리 전주에서 달려와 사람들의 길 안내를 도왔다. 태풍이 비껴간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이런 뜨거운 열정이 만들어낸 고기압이 태풍을 밀어내버린 것임에 분명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몇 주 후 다시 태풍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날 새로운 손님도 함께 찾아왔다. 와이프와 딸이 치즈빛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기어이 데려오고 만 것이다. 지금은 '별'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그 녀섞은 딸의 학원 근처에서 하루 종일 울어댔다고 했다. 마치 나를 데려가라는 듯, 미래의 집사를 향해 미친 듯이 울어댔다고 했다. 그렇게 별처럼 세 번째 고양이가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녀석은 신기하게도 사람을 가리지 안았다. 그 날 저녁 와이프의 품에서 곤히 잠들 정도였다. 지금은 두 오빠의 귀와 꼬리를 물어 뜯으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일하는 내 책상 위에서 천연덕스럽게 잠들기도 하고, 내가 떠놓은 물을 제 것 마냥 마시기도 한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냥냥거리며 쫓아오고 온 몸을 다리에 부벼대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한다. 큰 오빠의 변기를 제 것처럼 쓰는 이 녀석은 사람이 먹는 것은 무엇이든 먹으려 드는 식탐의 제왕이다. 그러나 새끼때부터 미묘로 불리던 미모는 지금도 여전하다. 사막 여우처럼 크고 쫑긋한 귀와 연한 치즈색의 털빛깔, 동그란 갈색 눈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살기 위해 시작한 스몰 스텝이었다. 그것이 더 많은 이를 생기로 가득하게 할 줄은 미처 몰랐다. 광양 지부 모임이 만들어졌다. 수원과 전주에서 따로 모이기로 했다. 태국에서 찾아온 한 분은 나를 만나기 위해 모임에 나왔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모인 독서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베트남에서는 우리 멤버 중 한 분을 강사로 초대하기도 했다. 토요원서미식회로 모이고, 낭독극으로 모인다.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강연이 준비되고 다이어트를 위한 걷기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나로 인해 시작한 모임이긴 하나 이를 가장 신기해 하는 것도 바로 나다. 이것이 바로 어렵지만 함께 해온 결과다.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지지해온 결과다. 그 마음이 태풍처럼 번져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모임에 주인공은 없다. 모두가 다 주인공이다. 그래서 내 마음 속 구호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모두를 빛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We will make you Shine." 언제나 마음 속으로 되뇌는 슬로건이다.
모두가 태풍과 함께 왔다. 스몰 스텝도 태풍처럼 찾아왔다. 별이도 태풍과 함께 찾아왔다. 태풍은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그 태풍이 바닷물을 휘젓고 나면 바다는 더욱 건강해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태풍을 만난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우리의 반응에 따라 그것은 기회가 되기도 하고 재난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는 별이처럼 소리를 내야 한다. 곤경과 어려움 속에 있다면 도와달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그 소리를 듣는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살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고양이도 그 사실을 알고 집사의 이름을 부른다. 스몰 스텝은 그러한 사실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하모니다. 아무도 주인공이 아니지만 모두가 주인공인 모임이다. 그 작은 변화의 단초 하나가 태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당신이 그 주인공이 될 차례다.
* 스몰 스텝 모임에 함께 하고 싶다면...
(참여코드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