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간의 여정이 끝났다. 처음엔 우리를 '병아리 글쓰기' 모임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였다. 초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어렵고 힘든 글쓰기를 함께 해보자는 취지였다. 거짓말이었다. 알고 보니 장닭들이었다. 꼬끼요 소리를 포효할 때마다 뜨끔 뜨끔 놀라곤 했다. 15년 글쓰기 경력을 내세우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장족의 발전을 한 초보 작가들이 적지 않았다. 하나를 말하면 둘을 만들어 왔다. 어떤 글은 유쾌하고 어떤 글은 감동적이었다. 달라서 좋았다.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정말 좋은 글은 '자기다운' 글이라고. 여하튼 이 작지만 소중한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들이 쓴 모든 글을 꼼꼼히 다시 읽고 있다. 이 글들은 한 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올 예정이다.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글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두 번에 한 번은 울었고 세 번에 한 번은 웃었다. 글로 하나가 됐다.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했다. 인생이 참맛은 함께 함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래서 이들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마지막 모임에 참여한 여섯 분을 위한 찬사다. 병아리로 위장한 장닭들을 위한 러브레터다.
빵집 주인 선아님,
당신은 이미 프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간결한 대화체로 시작하는 문장에 항상 놀라곤 했습니다. 여운이 남는 마무리까지 완성도 높은 글이었어요.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을 알게 될 겁니다. 자신의 직업과 타인을 사랑하는 당신의 프로다운 멋진 인생을요. 화려한 듯 하지만 정제된 글이 좋습니다. 그 많은 매력을 어찌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을까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격주로 열리는 모임을 위해 전주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당신의 숨은 열정을. 마무리만 아주 조금 다듬으면 정말 멋진 작가가 되실 것 같아요. 에세이를 써보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당신이 사랑하는 직업만으로 소재는 충분합니다. 미리 사인을 만들어 두세요. 오래지 않아 쓰일 날이 곧 올 것만 같습니다.
액션 모티베이터 희원님,
이미 행동하시잖아요. 당신의 창고엔 글감이 하나 가득입니다. 무얼 꺼내어 써도 매력적일 거에요. 하지만 당신의 글은 너무 정직합니다^^ 마치 멋진 몸매를 모두 가린 모델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이것은 칭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글쟁이의 조건은 글창고를 가진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글을 쓰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스킬 부족 때문이 결코 아니에요. 쓸만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타인이 가르친 삶, 타인이 원하는 삶, 타인과 경쟁하는 삶에 익숙한 우리에겐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희원님은 그렇게 살지 않았아요. 최근의 북카페 투어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런 놀라운 여행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당신에게 남은 일은 오직 쓰는 일 뿐입니다. 당신의 경험은 나누어져야 합니다. 꼭 글이 아니라도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아까운 글감이에요. 잊지 마세요. 그리고 몸매를 가리는 두꺼운 코트는 벗어 던집시다. 이제 해변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습니다. :)
나성재님,
당신 때문에 마음 속으로 몇 번은 울었습니다. 당신의 글은 조금의 치장도 없습니다. 화려한 캐논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니콘 카메라를 닮았습니다. 아무런 조미료로 더하지 않은 담백한 음식 같아요. 그런데 알고 계시나요? 진짜로 야한 사진은 가려진 사진입니다. 정말 감동적인 연기는 덤덤하게 표현되지요. 우리는 이럴 때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당신의 글에 유머가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개의 사건을 조합하는 능수능란한 구성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놀랍습니다. 변화의 진폭으로만 보자면 당신이 최고입니다. 글쓰기를 결코 놓치지 마세요. 당신은 글을 쓸 때 가장 화려해지는 사람입니다. 이제 우리와 동년배인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당신의 과거에서, 현재에서, 미래에서, 이제 글감을 모으고 정리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김주미 대표님,
사람들은 알아야 합니다. 얼마나 당신이 재미난 분인지 말입니다. 당신은 한 마디로 '반전'의 사람입니다. 언제나 기대를 뛰어넘어요. 이런 사람인가 싶으면 저런 분이고, 저런 분인가 싶으면 이런 사람이구나 했습니다. 깍쟁이인줄로만 알았더니 수수하기 그지 없고, 까다로운 사람인가 했더니 한 없이 넓은 사람입니다. 8쇄를 찍은 작가가 뭐가 아쉬워 병아리 글쓰기 모임에 나왔을까요. 그런데 이제 알겠습니다. 그게 당신이란 사람임을. 그저 겸손하기 때문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당신은 도전과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에요. 특히 타인의 변화를 통해 가장 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지요. 그 반전의 미를 타인들에게 보여줄 권리와 의무가 대표님에게는 있습니다. 그것이 글이든 말이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미 다 이루어놓으셨으니까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넘어 당신이 변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타인으로 확장되는 글쓰기, 80쇄로도 부족한 책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토욜님,
당신은 비밀의 남자입니다. 반전의 묘미를 넘어선 유쾌 상쾌 통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닮은 사람입니다. 당신이 일주일에 사흘을 클럽에서 보내는 사람인 줄 어느 누가 알았을까요. 저는 그게 안타까워요. 당신같이 않은 삶을 너무 오래 살아온 건 아닌가요. 몇 번을 웃었는니 모릅니다. 몇 번을 놀랐는지 모릅니다. 몇 번을 다시 보았는지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당신은 놀라운 재미를 갖춘 사람입니다. 너무 자주 웃다가 울게 되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글이 상처받고 소외되고,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울 글을 쓸 수 있다는데 제 손목을 걸겠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당신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5분짜리 글 하나를 읽으면 서너 번은 사람을 자지러지게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증인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세요. 당신은 더 대단해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글 잘 쓰는 난독증 환자를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당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에겐 그런 의무가 있습니다.
송담이님,
첫 모임과 마지막 모임 두 번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는 그렇지 않았지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오늘처럼 붉은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마치 불과 얼음을 함께 품은 사람 같습니다.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되는 당신입니다. 조용한 듯 하지만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고, 화려한 듯 하지만 한없이 정제된 당신의 내면이 궁금합니다. 그런 당신의 글은 역시나 잽이 아니라 스트레이트였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하고 싶은 말을 토해내는 글이었습니다. 글은 그 사람을 백 퍼센트 닮는다고 확신합니다. 당신은 사랑이 많은 사람입니다. 화려하게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소박한 삶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조용한 글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면을 타인들에게 보여주세요. 멋지고 아름다운게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보여주세요. 그것이 글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의 조용한 듯 뜨거운 삶, 그걸 보여줄 의무가 있습니다. 이제는 여행을 멈출 때입니다. 그 여정을 기록을 남길 때입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삶입니다. 이제 당신을 글을 써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모임을 함께 하지 못한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소중한 기억 잊지 않겠습니다. 더 준비되고 감동적인 2기 모임을 찾아뵙겠습니다. 그때도 다시 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박요철 드림.
* 이 분들처럼 함께 글을 쓸 용기가 필요하시다면...
(참여코드: 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