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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by 김주미

쓰닮쓰담 1기 - 첫 번째 이야기, 나에 대하여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때

“자기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수차례 인터뷰를 했었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했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건 언제나 머쓱한 기분이 든다. 이제는 부끄러움이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나 내성적인 사람이었나?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때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변화시켜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변화시켜 주는 일이라고 하면 흔히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주거나 메이크업이나 옷차림을 알려주는 컨설팅을 생각하겠지만, 내가 하는 일은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점검하고 스스로 원하는 이미지를 외면으로 표현하는 것을 돕는 이미지 코칭이다. (10년간 이 분야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자신에 대한 생각이 외적으로 나타나며,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결정할 때 그것이 강력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면의 매력을 외면으로 디자인해주는 소울뷰티코치라고 소개한다. 


평상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를 이야기한다면,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동네 간판 글씨를 어른들에게 물어보면서 한글을 익혔다고 한다. 그때부터 혼자 집에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는 대학생 사촌 언니 집에서 오싱 전집을 빌려 읽었다. 책을 읽으면 내가 어른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보통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온라인으로 책 주문을 하고, 서점에 가면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최소 3권 이상의 책을 사가지고 나온다. 집과 사무실을 오갈 때면 (그 몇 시간 동안 몇 페이지를 읽지 못할 걸 알면서도) 늘 5권 이상의 책을 가방과 손에 가득 들고 다닌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에 대한 내용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독서모임을 운영한지 벌써 6년이 넘었다. 나의 생각을 나누고 상대의 생각을 들으면서 그것이 융합되는 경험을 좋아한다. 언젠가는 나만의 서점을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요즘은 눈을 뜬 순간부터 잠이 들 때까지 글을 쓰는 일에 관심이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모든 노력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였음을 알고부터 이 노력의 결실을 맺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부모님에게는 딸이지만 보편적인 딸의 역할은 거의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결혼한 지 16년이 되었지만 어쩌다보니 엄마가 되지 못했고, 보편적인 아내의 역할도 거의 하고 있지 않다. 남동생이 있지만 거의 만나지 못해서 누나의 역할도 하고 있지 않다. 이모의 역할은 아주 가끔...? 나의 역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친구의 역할이다. 친구로 살고 싶다는 생각과 현재의 행동이 일치하는 걸로 보면 나는 그에 부합하는 사람인 듯하다. 친구에게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걸 해준다.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는다. 나를 만나는 사람이 나를 친구로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년 밖에 살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밀린 글을 써야겠다. 지나온 인생을 기록하면서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나를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길에서 마주쳤을 때 반갑게 웃으며 안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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