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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클린트

브랜더's 다이어리 #21.

무엇이 가짜인지 아는 방법은 단 하나다.
진짜를 만나는 것이다.
무엇이 좋은 브랜드인지를 아는 방법도 단 하나다.
정말 좋은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이다.

정교하게 짜인 테이블과 의자는 세월을 품은 원목의 속살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빈틈 하나 없이 맞물린 나무 조각들은 드라이버로 조립한 어설픈 DIY 가구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떠오르게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종종 테이블과 의자의 매끈한 면과 면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최고의 원목이 30년 장인의 손을 만나 태어난 이 가구들이 일상의 다른 가구들과 다른 점은 대체 무엇일까를 되뇌면서…

하지만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아직 내 ‘막눈’과 ‘막손’은 진짜를 구별하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정말로 좋은 가구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만난 세 명의 청년 CEO들은 확실히 달랐다. 그들의 전공이 목공예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왜 이 땅에 단 두 가지의 가구만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디자이너들이 만든 값비싼 가구와 MDF에 무늬목을 댄 값싼 가구들 사이에, 왜 질 좋고 적당한 가격의 좋은 가구가 없는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었다. 물론 이런 고민을 한 것이 그들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고민과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들이 실제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그 흔한 시장 조사와 벤치마킹도 없이 무작정 창업을 시도한 그들의 이야기는 거의 ‘무용담’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러한 무모함과 비즈니스에 대한 몰이해가 결과적으로 그들의 가장 강력한 브랜딩 전략이 되었다. 직접 만든 가구를 배달하기 위해 에어컨이 고장 난 냉동 트럭을 밤새 몰고, 그 가구를 들이기 위해 문짝을 뜯어내는 두 시간의 무모함이 고객의 감동으로 이어졌다. 제대로 된 가구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일감을 잃은 수십 년 가구 장인의 손끝을 움직였고, 일년간 그들을 지켜보던 PR 전문가의 가슴을 뛰게 했다. 만약 오늘 만난 그 가구가 ‘진짜’에 가깝다면 그들이 전해준 이야기가 가진 진정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그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있다. 시작의 이유를 가진 이들은 그 답에 이르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끝에 있는 성공만을 카피하는 이들에겐 Why가 없다. 자신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왜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은 유행과 트렌드가 휘발되는 순간 바람처럼 사라진다.

그러나 진짜는 그 이유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나 존재할 수 있다. 오늘 만난 이 브랜드가 반가웠던 이유는 채 서른이 되지 않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구가 그토록 찾던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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