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 어떤 알람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이중창의 하나를 닫았다. 양치를 했다. 커피 포트에 물을 올린 후 컵을 준비한다. 커다란 소리가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이내 잦아든다. 뜨거운 물을 컵에 부은 후 정수기로 가져가 찬물을 더한다. 책상 위의 시계를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새벽 6시 전에 일어나는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에 기상을 인증하기 위해서다. 이제 글을 쓸 시간이다.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노트북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띄운다. 오후 내내 붙잡고 있던 글이 이상하게 술술 풀린다. 어제 하루 종일 고민하고 찾아놓은 글감을 꺼낸다. 맛있게 조리한다. 한 번에 읽힐 때까지 읽고 쓰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시간은 어느 새 아침을 향해 달리고 있다. 7시면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을 준비한다. 달리기가 가미된 산책이다. 이 시간엔 팟캐스트를 듣거나 음악을 듣는다. 늘 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는다. 다이어트를 위한 단톡방에 인증사진을 올린다.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다. 이제는 독서 시간이다. 읽은 만큼 쓸 수 있다고 믿는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고 녹음을 한다. 팟빵에 녹음을 올린다. 관련된 단톡방과 페이스북에 오늘 쓴 글과 녹음을 올린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아침이 분주하게 지나간다. 나는 이 분주함을 어느새 즐기고 있다.
서른 개에 달하던 스몰 스텝을 오랫동안 인증해왔다. 아침에 하는 스몰 스텝만 열 개를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절반 아래로 줄었다. 목표도 클리어해졌다. 스몰 스텝의 모든 방향을 '글쓰기'에 맞추었다. 글쓰기는 내 본업이다. 이미 네 권의 책을 출간했거나 쓰고 있는 중이다. 서너 개 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들을 글을 대신 써주는 일을 한다. 일반인들과 함께 글쓰기 교실도 한다.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도 없다. 나는 프로다. 그래서 내 삶의 모든 에너지를 '글쓰기'에 쏟아붓기로 했다. 우선 내가 먼저 쓰기로 했다. 그것도 매일 쓰기로 했다. 좋은 글을 찾아나선다. 좋은 문장을 고르고 수집한다. 글쓰기에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섭렵한다. 가장 좋은 가르침은 솔선수범이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남에게 가르칠 수 없다. 좋다는 방법은 모두 내가 먼저 해본다. 나의 글과 글쓰기 교육 과정에 응용하기 위해서다. 아침 시간이 클리어해졌다. 하루에 한 편 이상의 글을 꼬박 꼬박 써오고 있다.
스몰 스텝을 통해 습관의 힘을 배웠다. 그러나 나의 목적은 습관 만들기가 아니었다. 가장 나답게 사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렇다면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로 다른 삶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 속에서 나는 가장 나다워진다.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나는 비로소 나답게 살 수 있다. 스몰 스텝은 내게 맞는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매일 반복하는 일상 가운데 내게 에너지를 주는 그 무엇, 그 누군가를 찾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분명해졌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내 글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 그런 확신이 나의 삶을 심플하게 만들고 있다. 깨어 있는 모든 순간, 일하는 모든 순간을 글쓰는 박요철에 맞추기로 했다. 그것이 가장 나다운 삶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한다. 이제는 미들 스텝이다. 스몰 스텝이 가장 나다운 삶의 모습을 찾기 위한 워밍업이었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인생의 싸움을 걸어볼 때라 생각한다. 스몰 스텝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어떤 일보다 글을 쓸 때 나다웠다. 글을 쓰는 일에서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그 일을 해오고 있었다. 그 글이 타인을 돕고 있었다. 심지어 생계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스몰 스텝 다음의 미들 스텝은 무엇이어야 할까? 나는 그것이 '글쓰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해법은 단순해진다. 하루의 모든 시간을 글을 쓰는데 투자하는 것이다. 더 좋은 글, 더 좋은 필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그 삶을 위해 내 삶의 모든 시간을 다시 정렬하기로 했다. 스몰 스텝의 모든 항목을 글쓰기에 맞추었다. 이것이 나의 '나답게' 사는 삶이다. 내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를 담은 일이다. 이런 내 삶을 응원한다. 스몰 스텝을 넘어선 미들 스텝을 위하여. 그리고 언젠가 도달할 빅 스텝을 위하여.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지금 시간은 새벽 5시 10분을 지나고 있다.
* 글쓰는 즐거움과 보람을 함께 나누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