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터키로 떠난 까닭은

방송 내내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삼시세끼가 보여준 '편안함'이 휴양에 가까운 것이라면,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가 보여준 '들뜸'은 관광에 가까운 것일까? 그것도 거리의 미식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여행 말이다. 그는 쉴 새 없이 먹고, 끊임 없이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음식은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활동 정도로 생각했던 내게 그의 방송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달뜬 그의 표정을 보면 비로소 깨닫게 된다.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를. 그리고 그의 음식을 향한 진정성에 탄복하게 된다. 그는 정말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크고 유명한 음식점이 아닌 거리의 단골을 찾아나서는 모습도 새롭다. 식상하지 않아서 좋다. 화려한 화면 전환과 세련된 선곡이 어울려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작품이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 2막이 올랐다. 백종원의 미식 방랑기,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시즌 2'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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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가공의 진실이다. 삼시세끼는 TV 모니터 속에서만 리얼이 된다. 현실은 자연인에 가깝다. 삼시세끼가 로망이라면 '나는 자연인이다'는 리얼이다. 그러나 누구도 리얼의 외로운 삶을 동경하지 않는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라는 위로와 안심을 모니터 화면 밖에서 얻을 뿐이다. 삼시세끼는 그 리얼과 로망의 어느 중간 지점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금요일 밤의 황금 시간을 삼시세끼에 투자한다. 가공된 리얼이기 때문이다. 푸트 스트리트 파이터도 마찬가지다. 과하게 클로즈업 된 화면, 백종원의 맛깔스런 설명이 빠진 미식 방랑이 그렇게까지 흥분할 일이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맛있고 즐겁겠지만 TV 화면 속 백종원의 감흥을 카피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고보니 아주 오래 전 결혼식 사진을 찍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 배웠다. 가장 자연스러운 포즈는 모델이 가장 고될 때 비로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사진 작가들은 그렇게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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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백종원의 표정이다. 어떤 장치보다도 이 프로그램을 살아있게 만드는 동력은 그가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있다는 틀림없는 사실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 다르다. 서로 다른 것을 간절하게 욕망한다. 금요일 밤의 미드와 맥주 한 캔에 만족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목숨을 걸고 파도 속 써핑을 즐기는 이도 있다. 내 머리를 만지던 헤어 디자이너는 어느 날 홀연히 강원도 양양으로 떠났다. 양양은 우리나라 파도 타기 마니아들의 성지다. 그는 그곳에서 파도를 타며 일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써핑이 지닌 원초적 위험이 그들에겐 삶의 동력이 된다. 틈틈히 바다 수영을 즐기는 친구는 몇 번이나 죽을 위험을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그토록 '위험한' 취미를 막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설계되어 태어났기 때문이다. 육체적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즐기는 DNA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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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산다는 것은 욕망을 따르는 삶이다. 하지만 그 욕망은 선한 것이어야 한다. 그 욕망의 선함이 타인을 향할 때 비로소 그것은 '가치' 있는 것이 된다. 얼마 전 만난 부산의 한 기업가는 스스로의 삶을 '성공'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작은 기업을 일구어 아들에게 물려준 그는, 인터뷰가 있던 그 날도 포토샵을 배우기 위해 가까운 문화 센터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남에게 기대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부와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 그것이 80이 넘은 그를 여전히 정정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웃을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순간 나도 그렇게 늙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제각각일 것이다. 명절이면 모든 친척의 기차표를 미리 예매해둔다는 그 분의 선한 욕구는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표까지 예매해주어도 오지 않는 친척들을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내게는 없다. 하지만 나는 나의 욕구를 담은 글을 쓰고, 그 글과 소통하는 이 시간이 백종원 만큼이나 행복하다. 이것이 가장 '나다운' 삶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행복한 시간이 존재하기를, 가능하면 가득하기를, 때가 되면 함께 나누며 웃고 떠들 수 있기를. 벌써부터 백종원의 두 번째 '하노이' 미식 방랑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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