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던 미용실 원장님이 '아스달 연대기'를 보고 있었다. 원장님은 TMI시다. 질문 하나만 던져도 머리 손질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말하신다. 그렇다고 묻지 않으면 한 마디도 안할 때가 계신다. 난감하다. 너무 많으셔도, 너무 적막해도 힘들긴 매 한 가지다. 모 아니면 도다. 견디다 못한 내가 한 마디 한다.
"아스달은 망한 줄 알았는데 아직 하네요?"
기다렸다는 듯 말문이 터진 원장님, 볼 만 하지만 뭔가 아쉬운 아스달 연대기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 놓으신다. 송중기를 시작으로 연애인의 고달픈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스럽게 도박과 마약, 공황장애로까지 이야기는 확장된다. 공황장애는 높은 사람들만 걸리는 병이라고 알고 계셔서 괜히 내가 뜨금한다.
"말단 사원이 공황장애에 걸리면 얼마나 웃기겠어요."
나는 더더욱 말 수가 없어진다. 이 상황에서 내가 그런 사람이었음을 고백하는 건 서로에게 너무한 일이지 않은가. 이야기는 아스달에서 물 흐르듯 '호텔 델루나'로 이어진다. 아이유를 극찬한다. 드라마 '아저씨'때부터 연기는 완성형이었노라고, 드라마 성공의 8할은 아이유 때문이었다고, 여진구의 연기가 밀렸다며 흥분하신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김수현의 이야기에선 클라이막스에 달한다. 그러다 이야기는 다시 아스달 연대기로 돌아온다.
"이제야 알았어요. 왜 아스달이 아쉬웠는지. 유머 코드가 없네요. 그게 없어서 2% 부족하게 느꼈었나 봐요."
그 부분은 공감이다. 성공한 드라마는 언제나 감초 같은 조연이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너무 진지하면 그 인생 재미없다. 즐겁고 유쾌한 일을 심어두어야 한다. 어차피 우리 삶은 드라마 같은 인생이 아닌가. 와이프는 종종 식탁에서 나와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오늘 뭐 재미있는 일 없었어?"
대답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아스달의 인생'을 살았다. 반성해야 한다. 가끔은 '호텔 델루나'처럼 살아야 한다. 재미있는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웃대(웃긴 대학)'를 가기로 했다. 남의 웃음이라도 빌려서 웃어야겠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재미있게 사는 건지 알아야겠다. 그새 머리 손질이 끝나 있었다. 벌써부터 3주 뒤가 걱정이 된다. 그 날은 말을 걸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만지며 총총히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