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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말해야 한다면 설민석처럼

"대표님, 한 방 없나요? 영상으로 독자를 사로잡으려면 그 한 방이 필요해요!"


말 없이 다른 일을 하던 그가 못 참겠다는 듯이 뒤돌아서 나를 추궁?하기 시작한 건 촬영이 13분을 넘어서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스몰 스텝' 강연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이름은 '디디 캐스트', 동영상 강의 플랫폼 서비스를 개인과 회사에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나는 그들로부터 내가 쓴 책을 동영상 강의로 옮겨보자는 제안을 받고 온 상태였다. 사실 강연은 자신 있었다. 책이 나온 지 1년 반, 그 동안 최소 수십 회 이상은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했다. 대부분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략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량의 강의를 나눠서 찍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대략 10여 분 짜리로 구성되는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은 전혀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마치 무언가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영상으로 보는 독자는 강연장의 사람들과 또 달라요. 이 영상을 돈을 주고 끝까지 보아야 하는 이유를 초반에 알려줘야 해요. 설민석 같은 1타 강사들처럼요."



부인할 수 없었다. 나도 틈만 나면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다. 금쪽같은 시간을 영상을 보는 이유는 한 가지다.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과는 달리 내가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만 볼 수 있고 언제든지 스킵할 수 있다. 심지어 유료로 영상을 본다면 그 짜임새와 구성이 남달라야 하는 것은 분명했다. '퍼블리'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책이 아닌 온라인 콘텐츠에 돈을 쓸만한 내용과 구성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했다. 그 과정까지 얼마나 치열한 노력들이 필요한지는 퍼블리와 함께 작업한 블로거의 후기를 통해 예상해볼 수 있었다. 팔리는 콘텐츠에는 공식이 있다. 그건 특별한 무엇이 아니다. 나 같은 평범한 독자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야만 하는 이유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라면 이 영상을 돈을 내고 보려는 마음이 들었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스몰 스텝은 '변화'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작고 소소한 실천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달라졌다. 브런치에 올린 글은 관련 글은 14만 명이 보고 수천 명이 공유를 했다. 루저의 삶을 살던 나를 내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 우울증과 공황 장애가 사라졌다. 같은 주제로 5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나와 같은 길을 걷는다. 열 여섯 개에 달하는 단톡방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스몰 스텝을 실천한다. 10월 캘린더가 빽빽해진 건 8할이 스몰 스텝 때문이다. 스몰 스텝 전주 모임, 미라클 모닝 오프 모임, 사람책, 토요 원서 미식회, 정리방 오프모임, 쓰닮쓰담 글쓰기 모임, 14번째 정기모임, 운영진 모임까지 숨 쉴 틈 없이 빼곡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모임들이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문제는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열정적인 변화와 성장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할 수 있을까? 영화는 초반 10분에 관객들을 기차에 태워야 한다고 말한다. 충격이든, 호기심이든, 공감이든 2시간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모든 에너지를 초반에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글도 영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콘텐츠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살을 빼고 싶어하는 초고도 비만 환자가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들이 결코 운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길 것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의사가 말한다. 'TV를 볼 때 한 시간마다 1분씩만 일어서서 움직여 보라'고 말이다. 그리고 한 달 뒤 환자가 찾아온다. 체중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다른 변화가 한 가지 있었다. '선생님, 이것보다 조금 더 힘든 운동은 없나요?' 이 환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한 달간의 아주 작고 사소한 실천을 통해 생겨난 것이다. 내가 그랬다. 어느 날의 산책을 통해 변화의 기운을 느꼈다. 걸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의욕이 생겨났다. 그런 의욕이 또 다른 작고 사소한 실천들로 전염되기 시작했다. 그 3년의 경험이  4권의 책을 쓰거나 준비하고 있는 저자로 만들어 주었다. 매일 한 편의 새로운 글을 쓰는 스몰 스텝을 실천한 덕분이다. 나는 그 동안 400개 이상의 글을 써왔다. 내 글의 독자는 3,300여 명, 누적된 독자 수는 70만 명을 바라본다. 이건 내가 경험한 변화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듣고 싶은 이야기는 심플해야 한다. 위기와 변화의 과정들이 있어야 한다. 읽고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글이 다르고, 강연이 다르고, 영상이 다르다.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무기를 골라 들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스토리텔링을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 스몰 스텝에 대해 10분만 이야기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부터 할까? 200여 장의 PPT를 아예 새롭게 구성하기로 마음 먹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도전은 자극을 낳는다. 자극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변화는 결국 성장으로 이어진다. 어제의 경험이 유익했던 건 그 때문이다. 영상은 전혀 새로운 도전이다. 아무도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어느 새 이 도전을 즐기고 있다. 나는 어떤 이야기로 스몰 스텝의 긴 여정을 영상으로 말할 수 있을까? 얼마 후면 그 결과가 영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또 한 번의 도전이다. 이게 바로 나를 움직이는 숨은 힘이다. 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다. 나는 진심으로 이 과정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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