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잘 하는 것이 있다... 고는 하지만, 정작 취미를 물어보면 독서나 영화 감상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우리입니다. 왜냐하면 먼저 공부를 잘해야 했거든요.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도 잘 들어야 했구요. 그런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저는 지금도 '수학의 정석'만 보면 답답해집니다. 제 삶의 실패의 기록을 복기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세상은 넓고도 넓어서, 수학 문제를 푸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느 컨설팅 회사의 대표님은 지금도 퇴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수학 문제 푸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문제는 이런 '축복'받은 사람들이 드물다는 겁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름답고?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공부력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이른바 '루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슬픈 일이에요. 너도 잘하는게 있잖아, 하고 말하면서도 결국엔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세상의 룰rule이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구요.
저는 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을 만드는 글로벌 제약 회사에서 '스몰 스텝'을 강의하고 왔습니다. 물론 화상으로였지만 회사에 직접 찾아가 몇 분의 청중을 두고 하는 강의였어요. 그리고 그야말로 1시간을 순삭하고 왔습니다. 옆에서 함께 들으셨던 부장님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더 신기한 건 저였습니다. 벌써 5년 이상 비슷한 내용으로 강연을 하는데 또 새로운 거에요. 내가 말하는 대로 살고 있나 하는 반성의 시간도 물론 가졌습니다. 하지만 강연이 어떤 다른 일보다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세바시 때도 리허설 한 번 없이 녹화를 마쳤으니까요(물론 한 번 끊기긴 했습니다만^^). 저는 제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주제로 남 앞에서 얘기하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첫 강연은 그야말로 식은 땀을 흘리며 마음 속으로 '망했구나'를 열 두 번은 외쳤으니까요. 문제는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강의를 높이 평가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가야 할 것은 '누구나' 그런 능력 하나쯤은 타고난다는 겁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우리 가족의 예를 들어볼까요? 일단 와이프는 자존감이 높고 리더십이 탁월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쉽게 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평소에 하던 돌봄 일이 끊기자 그 다음 날로 화장품 공장, 물류 공장에 가서 알바를 하는 사람입니다. 요즘은 요양원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요. 남편으로선 미안하지만 그 용기만큼은 높이사고 싶습니다(지금도 열심히 벌고 있지만 더 벌도록 할께요). 아들은 기타를 잘 칩니다. 집 안에서 빈둥거리며 기타를 잡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동화 속 한 마리 베짱이 같습니다. 하지만 동네 아이들 모아놓고 젊은 목사님에게서 그룹으로 기타를 배우던 때를 생각하면 대단하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거의 독학으로 지금의 기타 실력을 쌓았으니까요. 우리 집안에 음악을 한 사람이 없는데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아, 그러고보니 우리 아버지가 음주가무에 능하셨어요^^ 술자리가 벌어지면 바로 어깨 춤이 나오는 분이었고, 늘 한 박자 늦는 노래였지만 전국노래자랑 예선에 가서 노래 실력을 뽐내고 오신 분이셨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들은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딸은... 놀라운 사회성을 타고 났습니다. 적어도 저나 와이프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언제나 옆에 친구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보이스톡도 하고 함께 게임도 하고 가끔은 파자마 파티도 합니다. 친구랑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가 가족인지 헷갈릴 정도에요. 늘 투닥거리며 싸우지만 언제나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딸을 미워하기가 힘듭니다. 그렇습니다. 공부 말고도 우리를 규정하는 장점은 그야말로 백인 백색, 다양하고도 놀라운 능력을 우리 모두가 하나쯤은 갖고 있습니다. 저는 워커홀릭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에겐 워라밸이 이해가 가지 않을 거에요. 일하는게 노는 것처럼 즐겁고 그만큼 성과도 따르니까요. 물론 그 과정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 안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만큼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을 거에요. 저는 일 잘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거든요. 저는 이런 것들을 통틀어 'Driving Force'라고 부릅니다. 하면 할수록 내게 힘을 주는 그 무엇, 남들보다 쉽게 배우면서도 성과는 늘 타인보다 탁월한 그 '무엇' 말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런 드라이빙 포스가 반드시 하나쯤은 있을 거에요. 그게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찾으셔야 합니다. 요샛 말로 '꿀 빠는' 즐거움을 당신에게 드릴 테니까요.
저는 '나답게 산다'는 것('나 혼자 산다'가 아닙니다)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곤 합니다. 자신의 드라이빙 포스를 찾아 그 능력으로 남을 도우며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비교적 쉽게 배웠습니다. 그 능력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어제의 강연처럼 남들에게 용기와 동기부여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각각의 사람이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게 가장 즐겁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지만 글쓰기와 강연으로 남을 돕는게 가장 '나다운 삶'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드라이빙 포스라고 해서 크고 대단한 능력을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남들보다 쉽게 배우면서도 결과는 탁월한,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잘하거나, 조금만 운동해도 복근이 나온다거나, 타고난 미인 미남이라거나, 어렵고 힘든 일에 쉽게 도전하는 편이라거나, 1년 열 두달 카레만 먹을 수 있다거나(이 사람은 그 내용으로 베스트 셀러를 썼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도 일종의 드라이빙 포스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그것'을 찾아보세요. 당장 돈을 벌거나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답게' 살기 위한 엄청난 힌트일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기왕 태어난거 그렇게 나답게, 멋지게 살다가 쿨하게 가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