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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를 이야기하는 법

오바마의 전기를 쓴다면 어떤 이야기부터 써야 할까? 대개는 오바마가 태어난 하와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을까? 케냐 출신의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한 아이의 탄생... 하지만 100여 쪽의 얇은 전기 'Who is(was)' 시리즈는 그러지 않았다. 젊은 오바마가 뉴욕의 슬랭가를 찾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흑인 인권 운동의 출발이 된 여러 곳을 탐방하면서 어떻게 하면 좌절과 빈곤에 빠진 흑인들을 도울지를 고민하는 이야기로 첫 장을 시작한다. 얼마 전 완독한 로알드 달의 이야기도 그랬다. 1차 세계 대전의 파일럿으로 적진을 정찰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날 그의 비행기는 추락하고, 부상을 입고, 다시 전쟁터에 뛰어듦으로써 영웅이 된다. 그 모든 경험은 그가 쓴 소설의 소재가 되고 자양분이 된다.


오바마의 이야기를 다룬 'Who is Barack Obama' 시리즈, 세상을 떠난 분은 'Who was'로 제목이 시작된다.


나 역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면 가장 먼저 첫 단락을 고민한다. 그 사람이 가장 빛나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 가장 그 사람다운 스토리를 찾아 맨 앞장에 배치한다. 짧은 글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요즘처럼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그래야 조금이라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스몰 스텝을 실천하는 사람들, '스몰스테퍼스'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하루 두 쪽을 읽는 사람, 정석헌'님의 이야기를 쓸 때도 퇴사하던 시점의 제주 여행을 맨 앞에 배치했다. 이 사람은 왜 하루 두 쪽을 읽기 시작했는가, 무엇이 이 사람의 인생을 그토록 바꿔놓았는가에 집중했다. 일종의 '물음표'를 첫 장에 배치한 셈이다. 이것이 기교라면 기교이고, 편집이라면 편집이다. 쓰는 사람이 아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끝까지 읽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Barack이란 이름은 '축복 받은'이란 뜻의 아프리카 스왈리어다. 오바마는 어릴 때 Barack 대신 Barry로 불렸다.


이런 고민은 결국 다음의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가. 내 전기의 맨 앞을 장식할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사건은? 가장 나다운 스토리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비로소 명확해진다. 그런 질문에 답하다 보면 결국 글쓰기는 가장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도구임을 깨닫게 된다. 헝클어진 인생의 조각 맞추기인 셈이다. 그 결과 삶은 더욱 심플해진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Do's & Don'ts)이 선명하게 구분이 된다. 이것이 분명한 사람의 이야기는 글로 옮기기도 쉽다.


영어 원서를 함께 읽는 '토요원서미식회', 격주 토요일마다 1시간 동안 원서를 함께 읽는다.


그러니 가끔은 자신의 전기를 구상해보자. 긴 글을 쓰지 않아도 좋다. 내 삶을 바꿔 놓은 이야기를 밀가루 반죽처럼 큰 덩어리로 정리해보자. 예쁜 만두로 빚는 것은 맨 마지막의 일이다. 이야기 반죽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것의 순서를 고민해보자. 내가 싶은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들로. 우리가 꿈꾸는 좋은 좋은 삶이란, 행복한 인생이란 그런 것 아닐까? 그게 어렵다면 이런 글을 써보자. 어제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힘들었던 일과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우리의 삶은 하루의 반복이다. 이렇게 작은 하루의 반죽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다. 당신의 맨 첫 장을 구성할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구성의 원칙은 어떤 글에도 적용이 된다. 이렇게 좋은 글감과 훌륭한 구성을 갖출 수 있다면, 당신은 글쓰기의 높은 산에서 하산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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