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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처럼 '나답게' 살고 싶다면

스몰 스텝, 더 비기닝 (2)

약 7년 간 브랜드 전문지에서 글을 썼다. 그 후 5년 이상 크고 작은 회사들과 함께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10년 이상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다면 아무리 부족한 사람이라도 업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개인과 기업의 '자기다움'을 찾아주는 일이다. 모든 브랜드 컨설팅 과정은 개인과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발견해 이를 선명한 '컨셉'으로 정리해주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회사의 이름이 나오고 브랜드명이 나오고 기업의 슬로건을 도출해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기업도 이렇게 컨설팅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해낼 수 있다면 개인에게도 이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훌륭한 브랜드 뒤에는 언제나 개성 넘치는 창업자들이 있었다. 애플 하면 스티브 잡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브랜딩을 잘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현대카드와 배달의 민족을 보라. 이들 기업의 브랜딩은 창업자를 빼놓고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기업의 브랜딩도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나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그러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나다운' 삶을 살아간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년 간 약 300여 명의 인터뷰를 찾아 회사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비교나 경쟁 없이, 자신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리서치의 주된 타겟이었다. 직업과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독특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클라우스 피터슨이라는 56세의 덴마크 사람이었다. 그는 웨이터였다. 그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직업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두 발로 걸어다닐 수 있는 한 웨이터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직업에 대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깨달았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웨이터들 중 몇 명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함께 소개된 인터뷰 동영상에 나온 그의 모습은 무엇보다 당당하고 멋있어 보였다. 아들은 열쇠공이라고 했다. 여름에 쉴 수 있는 자신의 별장이  따로 있다고 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음에 찾은 인터뷰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18세의 소녀였다. 그녀는 부모의 동의 하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직접 학습 커리큘럼을 짜서 책까지 출간한 상태였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그녀의 사진 속 모습은 눈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가느냐, 적은 사람이 가느냐의 차이인데 많은 사람이 가도 불안한 길이라면 제가 조금 더 마음이 끌리는 길을 가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요?”



무려 35년 동안 떡볶이용 떡만을 만들어온 장인의 인터뷰도 만났다. 그는 한글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새벽 일을 마친 후 매일 한글 맞춤법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나온 그의 딸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TV 화면 속 그의 모습을 보며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을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사람들의 이렇게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삶과 업에 몰두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즈음 발견한 인터뷰이 중 하나가 바로 다름아닌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인 그는 어느 일간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만을 만족시키다가 끝나는 삶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 말만 듣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선생님 만족에만 따르며, 사회에 나와서는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결혼한 후에는 배우자나 아이들에게만 맞춰 주는 삶, 이런 것이 실패한 삶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이 인터뷰 기사를 읽고 뒷통수를 맞은 듯 했다. 그 '실패한 인생' 속에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 부모님을 말씀을 크게 어기지 않았다. 선생님께 칭찬받는 아이였다. 상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패한 삶이라니... 하지만 그 말을 차마 부인할 수 없었다. 핵심은 '열심히'에 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삶에 있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과 비교하다보니 내 삶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나다운 것일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일기 쓰기였다. 그것도 하루에 세 줄만 쓰는 일기였다.





* 스몰 스텝 10월 정기모임에서 직접 만나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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