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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도 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법

스몰 스텝, 더 비기닝 (1)

로버트 마우어 박사는 UCLA 의과대학에서 일하던 의사였다. 그는 어느 날 초고도 비만 환자 한 명을 만났다. 이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건강한 식단과 지속적인 운동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분명해보였다. 다만 아무리 그 중요성을 이야기해도 이 환자가 따라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서 박사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그에게 1시간에 1분 정도만 서서 걸어다닐 수 있겠냐고 물어본 것이다. 실천 방법이 지나치게 쉽고 간단했던 것일까? 환자는 단 번에 이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한달 뒤 환자가 다시 그를 찾아왔다. 과연 그는 체중이 줄었을까? 당연히 그대로였다. 하지만 한 가지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환자가 로버트 마우어 박사에게 이렇게 물어본 것이다.


"선생님, 혹시 조금 더 어려운 운동은 없을까요?"



이 장면은 내게 묘한 울림을 주었다. 마치 내가 소파에 앉아 있던 초고도 비만 환자인 것 같은 깨달음이 왔던 것이다. 아주 작은 반복으로도 뭔가 달라질 수 있구나. 내가 변화에 도전하지 않은 건 너무 큰 목표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작은 변화는 수많은 초고도 비만 환자의 치료에 응용되기 시작한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었다. 그래서 나는 산책을 시작했다. 퇴근 길 마을 버스를 포기하고 걸어서 집까지 오기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같은 동네에 살아오면서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그저 알고만 있었다. 밤에 걷는  탄천의 아름다움은 하루의 피로를 씻은 듯 사라지게 했다. 엉켜있던 생각들이 단순 명료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그날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이 말하는 '스몰 스텝'에 나도 모르게 서서히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퇴근 길 30분의 산책이 불러온 변화는 놀라웠다. 밤의 산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점심 시간에도 걸었다. 주말에도 걸었다. 조금 지루해지면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그것도 식상해지면 팟캐스트를 들으며 걷기를 계속했다. 산책할 때 듣는 음악은 가사 좋은 팝송을 따로 골라 들었다. 때마침 시작한 영어 단어 다섯 개 외우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팟캐스트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다양한 방법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방송을 중단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공부의 즐거움을 되살려 주었다. 역시 지금은 더 이상 방송되지 않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 '더 드라마'를 통해 스토리텔링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접근들을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의 산책길에 가족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밥 먹을 때도 놓지 않았던 스마트폰을 산책 때는 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딸에게는 '교환일기'를 제안했다. 한 쪽 면에 내가 질문을 쓰면 딸이 답을 쓰는 방식이었다. 놀랍게도 이 교환일기는 세 권의 노트로 이어졌다. 작은 선물을 건 제안이었지만 딸은 정말로 열심히 나머지 반쪽을 채워주었다. 지난 몇 년간 알지 못했던 딸의 고민과 생각들을 교환일기를 통해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이 교환일기는 이후 함께 그리는 그림으로 진화했다. 딸은 글쓰기와 그림에 재능이 있었다. 그 후로 딸은 숙제로 쓰는 모든 글을 내게 보여주었다. 상을 타오는 일이 잦아졌다. 밤의 산책이라는 아주 작은 실천 하나가 몰고 온 효과는 의외로 대단했다. 나는 지금도 매일 아침 탄천을 걷는다. 아니 달린다. 달리는 거리가 이제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왜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속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왜 뒷산을 오르면서도 8,000미터 고산 지대 등반을 위해 만든 아웃도어를 입어야만 할까? 영어를 공부하려면 꼭 유명한 학원의 새벽반을 끊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 과정에서 자꾸만 실패를 경험한다. 스몰 스텝의 가장 큰 미덕은 작은 성공을 학습케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올림픽 메달과 큰 성공과 소파에서 일어나는 그 1분의 성공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크게 구분하지 못한다. 올림픽 메달을 딴 후 일주일 이상 흥분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것이다. 반면 매일 반복하는 작은 성공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높여 준다. 일상에 활력을 주기 시작한다. 결국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결과들로 이어진다. 내게 스몰 스텝은 바로 이런 변화를 가능케한 부싯돌과도 같은 깨달음을 주었다. 나의 다음 스텝은 자명해졌다. 이 작은 성공의 빈도와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었다.





* 스몰 스텝 10월 정기모임에서 직접 만나뵙겠습니다. :)


*500여 명의 스몰 스테퍼들과 매일의 작은 실천에 도전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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