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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를 찾아서

스몰 스텝, 더 비기닝 (4)

'체이싱 매버릭스'라는 호주 영화를 보았다.  ‘매버릭스'는 높이 8미터 이상의 엄청나게 큰 파도를 일컫는 말이다. 서핑하기 좋은 호주에서도 이런 파도는 일 년에 몇 번만 나타난다. 파도에 미친? 서퍼들은 차 뒷좌석에 항상 라디오를 두고 다닌다. 서퍼들을 위한 전문 라디오 방송이 따로 있어서다. 매버릭스가 나타나면 서퍼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해변으로 달려간다. 그때부터 목숨을 건 파도 타기가 시작된다. 체이싱 매버릭스, 즉 파도를 좇아가는 서퍼들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스토리다. 하지만 한 편으론 추모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파도를 타다가 세상을 떠났다. 채 서른이 되기 전의 나이였다. 감동적인 영화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열정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죽을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파도를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무엇이 그들을 그 위험한 매버릭스 앞으로 뛰어가게 만드는 것일까? 금요일 밤의 미드 같은 평온함을 사랑하는 내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부산에 사는 친구였다.



친구는 새벽마다 바다 수영을 한다고 했다.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바다 위에서 그는 파도와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위험하지 않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세 번 정도 죽을 뻔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고요한 바다 위에서 수영을 하는 동안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된다고 했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온 나다. 문득 어린 시절의 친구 이야기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부산의 영도 대교의 난간 위를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걸어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바닷 바람이 불어 인도 쪽으로 자꾸만 떨어졌다. 그래서 친구는 바다 쪽으로 몸을 기울여가며 난간 위를 걸어갔다. 그 때였다. 그토록 거세던 바닷 바람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친구는 그대로 바다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유유히 바다를 헤엄쳐 뭍으로 걸어나왔다. 그 장면을 떠올린 나는 친구의 그 무모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금요일 밤의 미드로 일주일의 삶을 위로받듯이, 새로운 힘을 얻듯이, 친구는 친구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지켜가고 있었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나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친구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단 이 때의 욕망은 '선한' 것이어야 한다. 히틀러 역시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다 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삶을 나다운 삶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정한 '나다움'은 선한 욕구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그리고 개인의 삶을 넘어 타인에게 용기와 희망과 기여를 하는 욕구라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한 마디로 '가치'라고 부른다. 가치 있는 삶이란 이처럼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과 이타적인 욕구가 만나는 접점에서 만들어진다. '체이싱 매버릭스'에 나오는 주인공의 삶은 헛되지 않았다. 서퍼들은 물론, 도전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다. 내 친구는 아들과 함께 자전거로 국토를 종단했다. 나는 그의 도전하는 삶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삶을 이끄는 힘, 나만의 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썼다. 그 일기를 통해 타인과 소통할 때 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는 글 쓰는 일과 강연하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내가 가장 기쁘고 보람되는 일을 찾았다. 그 일로 타인에게 기여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나를 움직이는 힘을 발견하는 것이 꼭 파도를 타는 일이거나 국토 종단일 팔요는 없다.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큰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지속해서 쓸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일간 박요철'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한 편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대부분의 스몰 스텝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아주 작고 사소한 실천들이다.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나는 일,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일, 영어단어 다섯 개를 매일 외우는 일, 산책을 하며 좋아하는 음악과 팟캐스트를 듣는 일, 이 모두가 나의 숨은 힘, 드라이빙 포스를 찾게 해주는 단서가 되었다. 나는 이러한 변화된 삶의 기록을 조금씩 기록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이 생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그날 그날 실천한 스몰 스텝의 기록을 틈틈히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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