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스텝, 더 비기닝 (5)
밤새 알람이 울렸다. 브런치에 올린 글이 폭발했다. 스몰 스텝에 관한 짧은 단상을 적어 올린 글이었다. 사람들이 열광했다. 1,000건 이상의 공유가 일어나고 수만 건의 조회가 이뤄졌다. 브런치 독자수가 순식간에 2,000명을 넘어섰다(현재는 3,300명 정도로 늘었다). 급기야 새벽에는 일부러 알람을 꺼두는 수고를 해야 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의 작고 사소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밤의 사건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만의 스몰 스텝이 '모두의' 스몰 스텝으로 옮겨가는 이정표와도 같은 사건이었다. 좋은 일은 연달아 찾아온다고 했던가. 출판사로부터 출간 요청이 뒤를 이었다. 브런치에 써두었던 글을 책으로 옮기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나의 경험이 실린 글인 만큼 망설임없이 써내려갈 수 있었다. 글에 힘이 실렸다. 좋은 편집자를 만나 글은 더욱 깔끔해졌다. 2018년 3월 나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내 생에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첫 책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페이스북 지인들의 서평이 줄을 이었다. 그 해 최고의 책으로 꼽아주는 분도 생겨났다. 이론이 아닌 실제의 경험을 담은 책인 만큼 나 역시 그 평가들에 떳떳할 수 있었다. 나는 거기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온오프믹스에 광고글을 올려 직접 독자를 만났다. 비오는 토요일 오후였다. 대략 여섯 명 정도가 비를 뚫고 강남의 토즈에 마련된 조그만 강연장을 찾아주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강연을 했다. 그 중 두 분과는 뒷풀이도 했다. 나중에 이 분들이 가장 강력한 지지 그룹인 운영진이 되어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머지 네 분 중 세 분 역시 1년 반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행사와 모임으로 함께 하는 중이다. 의기 투합한 우리는 매달 모여 서로의 스몰 스텝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10명 미만의 작은 모임이 6개월 이상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무슨 일인가로 조금 늦게 출발한 내가 정시에 모임 장소에 도착했을 때였다. 스무 명 이상이 좁은 공간에 빼곡히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면서 그렇게 주목을 받아본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싶었다. 희한하게도 비슷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 모임의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관리가 힘든 상황이 왔을 때 10명의 운영진을 뽑았다. 운영진 선발은 모두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자주 만났다.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엄청난 에너지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일이 갈수록 자연스러워졌다.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 목적만은 가슴 깊이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나답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나름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이니 다양한 아이디어와 즉각적인 실천이 줄을 이었다. 매월 정기모임의 강사를 각자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성공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로 했다. 즉석에서 단톡방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수학학원 원장님이신 길헌님이 '매스방'을 만들었다. 매일 하나의 수학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푸는 방이었다. 영어 강사인 성봉님은 매일 다섯 문장을 함께 학습하는 유튜브를 개설했다. 대기업 교육 담당자인 희원님은 새벽 6시에 일어나는 '모닝 미라클' 방을 신설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10여 개의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나는 이 모든 변화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6편에 계속)
* 스몰스텝의 뜨거운 열기를 함께하기 원하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