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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바야흐로 마감 시즌이다. 지금 쓰고 있는 내 책만 세 권이다. 한 권은 디자인 작업 중에 있고, 또 다른 한 권은 다음 달 말일이 마감이다. 세 번째 책 역시 올해 안에 마무리지어야 한다. 문제는 내 책만 마무리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 학원, 개인의 요청으로 또 다른 네 권의 책을 동시 작업 중에 있다. 다행히 그 중 두 권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그런데도 즐겁다. 책을 쓰면서 배운다.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뜻하지도 못했던 정보와 지혜를 얻는다. 그 와중에 강연도 다녀야 한다. 부산, 남원, 군산, 천안...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전혀 다른 일이 아니다. 각각의 일이 서로 얽혀 있다. 이곳에서 배운 지식으로 저곳에서 강연을 한다. 이곳 강연에서 얻는 에너지로 돌아오는 길에 책을 마무리 한다.



문제는 그 와중에 열리는 스몰 스텝 모임들이다. 어제는 그 중에서도 압권인 날이었다. 네 개의 스몰 스텝 행사가 같은 날 열렸다. 먼저 '미라클 모닝방'의 새벽 번개가 있었다. 6시 반에 만나 호텔에서 새벽 조식을 먹는 모임이다. 새벽 서너 시에 일어나는 분들이니 새삼 놀라울 것은 없다. 그러나 막상 사진으로 이들을 만나니 온몸이 근질거린다. 할 얘기가 너무도 많다. 지난 두 달 이상 써온 이 글의 프로젝트 명은 '미라클 라이팅'이었다. 무엇보다 이 모임에 나갔다면 글감 하나는 확보했으리라. 새벽을 깨우는 이들의 에너지가 더없이 부러웠다. 그러나 나는 마감을 마쳐야 한다. 클라이언트 미팅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놓친 미팅은 이 하나가 아니다. 바로 격주로 열리는 '토요 원서 미식회'의 오프라인 버전이다.



약 2년 간 산책을 했던 서울숲 공원에서 함께 모여 원서를 읽는다고 했다. 미라클 모닝방의 일부 멤버들과 함께 이 모임이 이어졌다. 이 공원을 속속들이 아는 나로서는, 그리고 역대급으로 좋은 날씨였던 이 곳의 아침 공기가 어떠했을지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날 '낭독방'은 낭독극을 녹음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일정 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한 모임이다. 연기만 하지 않았지, 목소리로 세 편의 연극을 연습하는 모임이다. 자신이 읽은 녹음 파일을 올리는 낭독방의 오프라인 버전인 셈이다. 성우를 연상시켰던 이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하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 아니다. '스몰정리스텝' 모임이 그것이다. 정리습관을 만들어가는 이 모임 역시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운영진과 모임 참여자가 강사가 되어 자신의 정리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임이었다. 새벽에서 오전, 오후로 이어지는 일정이 빼곡했다. 그러나 정작 스몰 스텝이라는 모임을 시작하는 어느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모임들은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었다.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스몰 스텝의 에너지는 바로 이와 같은 '자발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새벽을 깨우면서, 어떤 사람은 영어를 공부하면서, 또 다른 사람은 주변을 정리하면서,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좋은 글을 낭독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이런 에너지를 나는 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라고 부른다.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이해하는 것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다. 나를 움직이는 힘을 아는 사람은 쉽게 몰입한다. 같은 일을 쉽게 한다.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이런 '남다른' 자신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일상과 자신의 일에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게는 그것이 바로 지금과 같은 글쓰기다. 조만간 함께 모여 글을 쓰는 모임을 가져볼 예정이다. 한 시간 동안 같은 주제로 글을 쓰고, 그것을 서로 낭독하며 나누는 모임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삶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해야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순간을 잘 살아가고 있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기쁨과 보람을 주고 싶다. 내가 잘하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에 가장 '나다운 삶'이라고 믿는다. 스몰 스텝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도구이자 솔루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를 앞질러 가고 있다. 그들의 열심을 통해 내가 바뀌고 있다. 나는 그런 이들이 좋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영광스럽다. 내가 조연으로 남아도 좋다.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스몰 스텝의 모습이고, 그것이 바로 가장 '나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점점 그런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모임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 글을 읽기만 하고 있는 당신이 참여할 차례다.





* 미라클 모닝 오프 모임


* 성봉영어 '토요 원서 미식회'


* 스몰정리스텝 오프모임


* 낭독방 낭독극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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