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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일의 글쓰기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냐고. 곰곰히 생각한다. 글쓰기가 가장 쉬웠어... 노노. 세상에 다시 없을 재수 없는 대답을 할 뻔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았다고. 예를 들어 1km를 달린다거나, 노래 한 곡을 한다거나, 클럽에서 춤을 춘다거나, 감탄이 흘러나오는 사진 한 장을 찍는다거나, 요리를 한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그런 일들에 비하면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닌가 하고 혼자 생각한다. 그렇다. 사람들에겐 누구에게나 그런 탤런트(재능)들이 있다. 같은 시간을 해도 탁월한 성과가 나오는 일들. 그게 내게는 글쓰기일지 모른다.


70일 동안 매일 썼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썼다. 주제도 다양하다. 브랜드 이야기, 스몰 스텝,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들. 그러면서 지금은 조금 더 욕심이 생긴다. 백일은 당연히 채워야 하겠고, 300일, 1000일... 그렇지. 기왕이면 천 일 동안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별의 별 일이 다 생길 것이다. 한 줄을 쓰고 넘어가는 날도 있을지 모르고, 여행을 간다거나, 집안에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당연히 아플 수도 있다. 그래도 기어이 1000일을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금방 떠오르는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다. 우선 책을 쓸 것이다. <천 일의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강연을 할 것이다. 역시나 같은 제목으로. 사람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어떻게 쉬지 않고 천 일을 쓸 수 있었는지를. 그러면 나는 그 동안의 어려웠던 순간과 성취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지. 마치 <스몰 스텝>이란 책을 썼을 때처럼.



브랜드 전문지에서 일을 할 때였다. 7년을 일했지만 존재감 없이 버틴 날들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회사 페이스북을 운영했다. 회사의 대표는 격이 떨어진다며 싫어하던 페이스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 일이 재미있었다. 3년 동안 쉬지 않고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불과 1년이 지나지 않아 내가 운영하던 페이스북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잡지사에서 취재 요청이 오고,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 일단 신뢰가 쌓인 페이스북의 위력은 대단했다. 회사의 스크래치북(흠집이 난 책들)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할 때에는 불과 하룻밤새에 1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매일 대여섯 개의 콘텐츠를 쉬지 않고 올릴 때였다. 그때도 그랬다. 묵묵히 좋아하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했을 뿐이었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회사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어느 날인가 조회 시간에 회사 대표는 이런 말을 했었다. 일주일에 3일은 '잘 본다'는 말을 듣는다고. 그게 책이 아니라 페이스북이었다고.


축적의 시간은 힘이 있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가장 큰 차이는 그 호흡에 있다.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브랜딩은 소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원나잇도 가능한 것이 마케팅이라면, 브랜딩은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의 신뢰를 조금씩 얻어가는 것, 그리고 궁극에는 평생을 함께 하는 관계까지 나아가는 것. 이 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신뢰'에 기반한 관계다. 70일의 글쓰기는, 100일의 글쓰기는, 그리고 1000일의 글쓰기가 의미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믿음이 생긴다. 천 일 동안 글을 쓴 사람에게는 그와 비슷한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 하면 바로 그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브랜드'라고 부른다. 제품과 서비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신뢰를 얻은 제품과 서비스가 '브랜드'가 된다.


내가 3년 간 운영하던 '유니타스브랜드' 페이스북


그래서 사람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숨은 재능과 열정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일을 천 일 동안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천 일 동안 하다보면 그 일이 좋아지고 잘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그 시간의 축적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10일 완성, 한 달 완성의 꼬드김에 넘어간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하지만 어떤 영역에서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 달의 글쓰기와 천 일의 글쓰기가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발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내가 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치지 않고 즐겁게 천 일을 즐길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낸 사람은, 그리고 실천한 사람은, 그 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브랜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 매일 매일 함께 글쓰고 싶으신 분들을 아래의 스몰 스텝 단톡방으로 초대합니다. :)

(참여코드: p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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