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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 개뿔, 이제 '개인'의 시대가 온다

백영선 대표(록담)를 처음 만난 건 '평생 직장 개뿔 - 개인의 시대'라는 컨퍼런스에서였다. 내 책을 읽은 그가 15분 짜리 강연을 요청해왔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제목부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카카오라는 큰 회사에서 다니면서도 이런 주제를 정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놀라웠다. 나와 함께 강연을 한 6명의 연사들도 하나같이 매력 있었다. 나는 열심히 준비했고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평소라면 만나지 못할 멋진 연사와 스탭들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졌다. 그리고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2019 생활예술인 페어'라는 행사였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처음으로 길게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벌인 수없이 많은 '딴짓'들의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탄탄한 직장을 버리고 자꾸만 나오려 하느냐고.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나와야 합니다. 만일 그 때를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온실 속 화초처럼 아무 경쟁력 없는 사람으로 남을 겁니다."



그는 최근 실제로 회사를 나왔다.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벌여온 딴짓들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중이다. 그의 딴짓은 언제나 주제가 한 가지였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그는 '낯선대학'이라는 이름의 세상에 없던 대학원을 만들었다. 약한 연결고리를 가진 지인들을 통해 배움의 기회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리뷰빙자리뷰'는 서로의 여행 경험을 나누는 특별한 모임이다. 자신의 도쿄 여행 경험을 나누는 작은 모임 하나가 수십 번에 걸친 행사로 쉴새 없이 연결되었다. 그는 여세를 몰아 교토 여행을 감행했다. 숙박만 같은 곳에서 하고 하루하루 다른 여행지를 찾아다닌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모임을 저녁마다 열었다.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에너지 넘치는 딴짓이 아닌가.



그러나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그가 회사에서 벌인 딴짓이 스몰 스텝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점이다. 그는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회사 내에서 모집하기 시작했다. 100일 동안 10만 원의 돈을 내고 매일 글을 쓰는 프로젝트였다. 글을 쓴 날 만큼의 돈은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돈은 회사를 통해 기부하기로 했다. 그가 벌인 이 딴짓이 무려 1,000만 원의 기부 금액을 만들어 냈다. 글쓰기 모임이 확장되어 수없이 많은 다른 모임들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스몰 스텝과 너무도 유사한 전개에 나는 다음 강연을 걱정할 정도였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일을 벌이고 있었다니. 놀랍게도 그 시작 시점조차 비슷했다. 나는 마치 평행 우주의 이야기를 드는 기분으로 그의 강연을 가슴 설레며 들었다. 그가 벌인 이 딴짓은 이제 2020년 도에 정식 서비스로 출시된다고 한다. 이제 전 국민이 일종의 '스몰 스텝'을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는 '연결의 힘'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가 만든 모든 모임과 행사는 주제를 막론하고 '연결'을 지향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 시너지를 내게끔 기획하는 것, 그는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이다. 회사라는 조직은 그를 가둬 두기엔 너무 좁은 장소였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그 모든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행사들을 통해 자신이 가장 큰 힘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조직이라는 제한을 넘어서 가장 '자기답게' 살아가기를 갈망했기 때문이리라. 그 힘의 원천에는 오래지 않아 자신과 같은 자유를 열망하는 '개인의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 지점에서 그와 나의 생각은 정확히 만나고 있었다. 두 번 고민없이 그의 강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평생 직장 개뿔이다. 개인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시대엔 또 다른 생존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 생존법을 '스몰 스텝'에서 찾았다. 록담은 그것을 낯선 대학과 리뷰빙자리뷰와 같은 가장 그다운 행사들을 통해서 찾고 있었다. 조만간 그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가 벌이는 일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같은 생각을 가진 두 지류가 만나서 우리들의 고민은 더 큰 답을 얻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비슷한 작당을 벌이고 있는 어느 누군가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짜 개인의 시대는 아닐까. 가장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더 큰 일을 벌일 수 있는 축제의 마당.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이 놀라운 경험들은 어디로 이어질까. 그의 행보를 두 눈을 부릅뜨고 계속 지켜보는 이유다. 내가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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