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리밥 전문점이 있었다. 음식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매출은 정체 상태에 있었다. 어느 날 한정식집 마실 대표를 찾았다. 그에게서 '데이터 경영'을 배웠다. 포스(POS)기의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한 후 처방이 내려졌다. 종업원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보리밥집 사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매출을 늘리기는 커녕 비용이 늘어나는 처방이라니... 일단 속는 셈 치고 서빙을 위한 종업원을 두 명이나 채용했다. 그동안은 알바로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종업원이 2인 1조로 바람처럼 상을 차리고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회전율이 높아졌다. 높아진 비용을 커버하고도 남는 매출의 상승이 이어졌다. 세 달 만에 매출이 30%가 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냉면 한 그릇을 먹는데는 평균 15 분이 걸린다. 보리밥은 20분 정도다. 보리밥을 먹는 손님들은 대부분 반주도 하지 않는다. 종업원을 추가 고용한 후 한 상의 테이블이 식사와 정리까지 마치는데 30분이 걸렸다. 회전율이 높아지자 손님들의 만족도도 함께 높아졌다. 알바가 아닌 직원이 서빙을 맡자 '이 식당 친절해졌다'라는 칭찬이 입소문을 타고 이어졌다. 보리밥집 사장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가 던진 '매출을 늘리기 위해 뭘 해야하지'라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 대신 '어떻게 해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라는 질문을 던졌어야만 했다. 질문이 바뀌자 대응도 달라졌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이 있었다. 막연히 하루 매출만 확인하는 포스기를 다르게 활용해야 했다. 매일의 매출은 물론, 메뉴별, 시간별 매출을 꼼꼼히 기록하는 습관이 우선되어야 했다. 제대로 된 진단을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했다. 철저히 숫자에 기반한 경영만이 답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외식업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70만에 달한다. 그 중에서 식당 경영을 공부하는 숫자는 채 10%가 되지 않는다. 매일의 매출과 비용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1%를 넘지 않는다. 한정식집 마실의 성공은 이 포스기 경영에 있었다. 14년 전 3,200만 원에 머물렀던 매출은 현재 2억을 넘나드는 7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마실의 경영에도 위기는 여러 번 있었다. 세 번의 화재가 있었고, 광우병, 메르스,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그때마다 매출은 출렁거렸다. 그때마다 마실의 박노진 대표는 14년의 숫자를 놓고 옳은 질문을 찾았다. 손님 수는 같은데 매출이 곤두박질 칠 때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숫자를 살폈다. 고가의 메뉴는 손님이 늘었으나 저가 메뉴의 손님의 확실히 떨어지고 있었다. 저가 메뉴의 이탈 손님보다 고가의 메뉴를 찾는 충성 고객에 마케팅을 집중했다. 매출은 다시 원래의 페이스를 찾았다.
뻔한 질문은 평범한 답을 가져다줄 뿐이다. '불경기라 그렇겠지', '계절 탓이겠지'라는 안일한 대응으로 이어진다. 일시적인 위안을 주는 이벤트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벤트가 끝나면 손님이 더 줄어든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이 식당은 할인을 할 때만 찾는 식당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정식집 마실을 1억 매출의 고지에 오르게 한 메뉴는 9,900원 짜리 한정식이었다. 이 해답은 애슐리에서 찾았다. 9,900원짜리 뷔페 메뉴에 식당의 젊은 여성고객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정식도 이 가격에 팔 수 있지 않을까?' 내부의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가격에 맞춘 한정식 메뉴를 기어이 만들어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식당을 찾는 5,60대의 고객보다 2,3 주에 한번씩 식당을 찾는 3,40대의 젊은 주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렇게 한 번 오른 1억 매출의 고지를 한 번도 내려간 일이 없었다. 지금도 마실 본점은 2억 가까운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브랜딩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사람들이 가진 필요와 욕망을 채우고 문제를 해결해준다. 그 욕망과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만이 올바로 해결 방법으로 인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같은 문제라도 해결하는 방식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마실의 대표는 불이 나 새까맣게 탄 가게 앞에서 108배를 올렸다. 하나님을 찾고 부처님을 불렀다. 다시 식당만 세워준다면 가난하고 없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천안 지역의 소외된 사람을 위해 하루의 매출을 기부하는 '해피데이' 행사를 지난 10여 년간 98번에 걸쳐 지속해왔다. 천안 사람들이 이 식당을 사랑하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낟. 이제 그에게 마실이라는 식당은 지역 사회의 공존이라는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어느새 마실은 '브랜드'가 되어 있었다.
하루하루의 절박함을 이어가는 골목의 식당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러나 그저 '매출'만을 고민하다보면 그 답 역시 평범해진다. 레드오션을 만든다. 기승전치킨이라는 공멸의 답을 만든다.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매출을 올려야 하는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진짜 고객은 도대체 누구일까?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을까? 겨울에 냉면을 팔면서도 손님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월급을 더 주면서도 식당을 성장하게 할 수 있을까? 외식업 직원들에게도 휴일을 주면 안될까? 이렇게 달라진 질문이 지금의 한정식집 마실의 성장을 이끌었다.
나는 어느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었다. 나는 왜 일하는가,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그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그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 답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렇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가감없는 '스토리'로 풀어내는 일, 그런 답을 가진 이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 나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오늘도 새벽을 깨우는 중이다. 이 일을 할 때의 내가 가장 나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