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을 쓰는가?

어느 날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따뜻한 볕이 드는 어느 아파트의 베란다 창가에서, 한 노인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었다. 보기만 해도 평화로웠다. 한참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내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사진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이 노인분이 읽고 계신 책이 바로 내가 쓴 책 '스몰 스텝'이라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감격스러웠다.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내 책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흐뭇하기까지 했다. 인생을 논할만한 나이에 이른 저 분은 어떤 생각을 하며 내 책을 읽고 있었을까? 이어지는 단톡방의 대화에 의하면 아주 '재미있게' 읽으셨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 날 오후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이 책을 쓰게 된 모든 사람과의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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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 아니었다. 어떤 분은 도서관에 신청한 내 책을 비로소 목격했다며 이 반가운 소식을 사진으로 전해오기도 했다. 내 책을 읽은 후 빼곡히 책갈피를 접은 사진만큼이나 고맙고 감격스러운 사진이었다. '스몰 스텝'을 출간한 지 1년 하고도 7개월. 이토록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책이 될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3개월 마다 정산되는 책의 판매량은 지난 분기보다 오히려 조금 더 늘어 있었다. 사실 들인 노력에 비하면 책이 가져다주는 재정적인 도움은 미미한 정도다. 한 달 용돈 정도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금액이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이 내게 가져다 준 기회로 계산하자면 액수로 따질 수 없을 정도다. 그제서야 왜 사람들이 책을 쓰기 전과 후로 자신의 삶을 구분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제 두 번째 책과 세 번째 책이 연달아 세상에 첫 선을 보이기 직전이다. 과연 이 책들은 나를 어떤 사람에게로, 어떤 기회로 데려다 줄 것인가. 은근슬쩍 기대 아닌 기대를 하게 된다. 책을 쓰기까지의 고된 노동을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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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책을 쓰라고 권하곤 한다. 그 이유는 앞서 얘기한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떤 책도 무익한 책은 없다. 누군가에게 읽히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확장된다. 책은 그 사람이 지향하는 가치를 가장 정확히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런데 한 번 인쇄되어 나온 책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한 삶을 다시금 살아가게 만든다. 책을 쓰면 종종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듣곤 한다. '지금도 책에 쓴 그대로 살고 계신가요?' 그 질문이 아니더라도 책은 내 삶을 이끄는 자석과도 같다. 이상하게도 내가 쓴대로 살게끔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자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매일 쓰는 글의 힘을 믿는다. 내 주변을 내가 지향하는 삶으로 물들이는 과정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쓴 대로 살고자 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사진 속 할머니가 돌아서서 이렇게 내게 묻는다. 고생했네... 열심히 살았네... 상상 속의 대화에서 나는 이렇게 답한다. 제가 쓴 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이상하게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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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몰 스텝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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