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는다. 스몰 스텝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잘 되는 것이냐고. 나는 그때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답한다. 바로 운영진(이 단톡방을 운방이라고 부른다) 때문이라고. 그 운영진 모임이 어젯밤에도 있었다. 10월 정모를 평가하고 11월 정모를 준비하는 모임이었다. 다들 바쁜 관계로 화상통화를 연결했다. 특히나 11월 강사인 길헌님이 전주에 사는 관계로 하나 둘씩 줌(Zoom)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부지런한 희원님이 방을 개설했고, 성봉님은 모임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등장했다. 아마도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귀가를 서두른 모양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을 못하는 세환님을 빼고는 이렇게 8명의 운영진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은미님은 야근하는 와중에도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수다에 가까운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 옛날의 반상회 같기도 하고, 가족모임 같기도 하고 한, 이 에너지 넘치는 모임을 나는 어느 새 사랑하고 있었다.
11월 모임 장소는 희원님과 내가 발품을 팔았다. 역삼역 인근의 팁스 타운에 위치한 계단 형의 멋진 공간이었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매 번 정모 때마다 우리는 공간에 특별한 정성을 쏟아왔다. 강연자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공간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다가올 11월 정모의 주제는 다름아닌 '공부하는 법'이다. 현직 수학 강사인 그가 펼쳐낼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또 어떤 것일까? 우리는 그런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을 찾기 위해 적지 않은 곳을 돌아다녔다. 희원님은 심지어 연차의 절반을 이 공간을 찾는데 썼다. 세상에 거저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누군가는 한 번 들르고 말 모임일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삶의 노하우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소중한 시간은 그에 걸맞는 공간의 힘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 이 멋진 공간에서 나눌 그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희한한 일이다. 나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많은 것이 달라졌다. 회사를 다닐 때의 나는 사실상의 루저였다. 열심히 일은 하지만 인정은 받지 못하는 지진아에 가까웠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성과는 더뎠다. 그러던 내가 스몰 스텝을 만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를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을 만나 날개를 단 듯 신나게 살고 있다. 이들을 만나 500여 명에 달하는 모임으로 확장시켰고, 네 권의 책을 출간했거나 준비 중에 있으며, 내가 하는 일 역시 여러 경로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그 양과 질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특별히 더 대단한 능력을 덧입게 된 것도 아니다. 그저 늘 해오던 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도 같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환경이 달라졌다. 나를 신뢰하고 칭찬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이제껏 발현하지 못한 나다움을 마음껏 펼치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중심에 바로 이들, 운영진이 있음을 알았다.
나다움은 결코 혼자서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나다운 삶은 다름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는 반드시 다른 한 쪽에서 모자라게 마련이다. 사람은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는 밝은 면이 부각된다. 그렇지 않은 모임에서는 어두운 면만이 주목을 받는다. 이런 환경의 차이는 그 사람의 자존감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애쓰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불편한 관계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스몰 스텝과 같은 소모임을 통해 자신을 알아주는 모임을 반드시 찾아나서야 한다. 그저 칭찬을 받으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탤런트가 필요한 곳, 자신의 약점보다 강점이 부각되는 곳, 자신의 모자란 점을 기꺼이 받아줄 수 있는 성숙한 관계를 찾아나서라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한 존재로 세상에 태어난다. 그 특별함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나는 그것이 글쓰기와 강연이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누군가를 돕는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겐 그 발견을 가능케 했던 모임이 스몰 스텝이었고, 그 모임을 운영하는 운영진을 만나 나는 더 나다워질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 9명의 운영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리님은 '사람책'이라는 모임을 통해서 그런 사람을 발굴한다. 성봉님은 '영어'를 통해서, 희원님은 '공간'을 통해서, 윤정님은 '진행'을 통해서, 담이님은 '운영'을 통해서, 길헌님은 '사업'을 통해서, 은미님은 '건강'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강점과 탤런트를 마음껏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11월의 모임은 뜨거울 것이다. 12월의 송년회는 정말로 신날 것이다. 이러한 확신의 배경에는 다름아닌 사랑하는 9명의 운영진이 있다. 이 날의 모임은 모두가 모이는 일일 워크샵을 약속하고 1시간 반 만에 끝이 났다. 모두의 수다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은 가벼운 흥분으로 흐뭇했다. 내년엔 또 몇 분의 운영진을 새로이 뽑을 것이다. 그들이 좀 더 그들다워지도록 돕기 위해서다. 운영진은 조금 더 우리다워질 것이다. 그리고 나도 조금 더 나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p.s. 요즘은 모임에 협찬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의 사진은 1박 2일 콘도권을 받고 기뻐하는 누군가의 모습이다. (이 선물은 이 날 강연을 듣기 위해 김해에서 올라오신 분께 잘 전달되었습니다^^)
* 이 멋진 '스몰 스텝' 모임에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