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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기 보다, 함께 쓰기

토요일 아침 카페에서 원서를 읽었다. 토요원서미식회, 줄여서 토미에서였다. 이 날 내가 들고 간 책은 'Who was' 시리즈의 하나인 J.R.R. 톨킨의 전기, 다름 아닌 '반지의 제왕'을 쓴 작가의 이야기였다. 원작을 읽어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중간계에 나오는 종족들의 언어를 실제로 만들어낸 그의 압도적인 지식의 방대함을.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책장을 덮고 나자 다른 생각이 들었다. 톨킨 한 사람이 아닌 영국이란 나라가 부러웠다. 문득 제목을 기억할 수 없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 떠올랐다. 해리포터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세익스피어와 나니아 연대기를 만든 이 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 모임이 있었다. 깊은 밤 수 없이 많은 지붕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는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반지의 제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옥스포드 대학의 교수인 톨킨에게도 동료 교수들과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나니아 연대기'를 쓴 C.S.루이스를 만난다. 이 둘은 평생 동안 친구이자 경쟁자로 서로를 자극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톨킨과 반지의 제왕은 바로 이런 영국 이야기 문화가 만들어낸 너무도 당연한, 위대한 결과물이었다.


이 할아버지가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이다.


잘 쓰려면 함께 써야 한다. 소설가 김영하에게도 이런 친구들이 있었다. 그는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작품을 끝까지 읽어주었다고 한다. 김영하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그 친구의 심정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말짱한 정신으로 시작해도 곧 잠이 쏟아질만큼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아마도 그에게 친구들은 안전지대였을 것이다. 똑같은 비평이라도 상처가 덜한, 믿을만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 법이다. 더구나 함께 쓰고 읽는다면 그런 안정감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런 경험을 글쓰기 모임인 '쓰닮쓰담'에서 하고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과연 가장 나다운 이야기와 글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직접 경험한다. 2시간 반 혹은 세 기간 가까이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가장 '그(녀)다운' 글에 관한 토론을 쉬지 않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그저 그렇게 모임을 했을 뿐인데도 개성 넘치는 멋진 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임 전에는 난독증을 호소하던 토욜님은 가장 개성 넘치는 글을 써내어 이미 팬덤까지 만들어졌다. 뼈 아프고 혹독한 비평만이 좋은 글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어떤 이야기도 믿고 들어줄 수 있는 친구의 시선이다. 글쓰기에 관한 다양한 기술을 배우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알려준 EBS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힘'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매일의 글감 찾기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모든 모임이, 찾아가는 모든 곳이 내게는 글감이다. 그곳에서 나와는 다른 관점을 가진 멋진 사람들을 만난다. 나와 다른 생각으로 만들어진 쿨한 공간을 만난다. 생각지도 못했던 자극들로 넘치는 스마트한 모임들을 매주 만난다. 내게는 그 모두가 산삼 뿌리 같은 이야기들이다. '심 봤다'를 속으로 외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을 매일 한 편의 글로 써내고 있다.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주고 들어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잘 쓰는 그 다음이다. 함께 쓰는 것이 먼저이다. 글쓰기는 원고지를 어깨 너머로 던지는 고독한 작업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20세기 최대의 지성이 모인 영국이란 나라는 이야기의 나라였다. J.R.R 톨킨과 C.S. 루이스는,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는 함께 쓰기가 만들어낸 영국 이야기 문화의 위대한 유산이 되었다. 우리가 그런 위대한 사람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 나라에서 다시 태어날 수도 없다. 방법은 한 가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글쓰기 모임을 찾는 것이다. 나의 어떤 이야기라도 진심으로 들어줄 친구들이 모인 곳이 그곳이라면, 안심해도 좋다. 당신은 이미 절반의 글을 쓴 셈이니까.






* 매일 함께 글쓰는 '황홀한 글감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참여코드: p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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