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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대하여

내 이름은 맑을 '요(堯)'자와 맑을 '철(澈)'자를 쓴다. 말 그대로 높고 맑게 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자를 아는 사람들은 오목할 '요(凹)'자와 볼록할 '철(凸)'자를 떠올리며 놀려대곤 했다. 다행히 그 정도의 한자 실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더욱 다행인 것은 내 이름이 친척들 가운데서는 얌전한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동생의 이름은 요연, 사촌의 이름은 요식, 요준, 요상이다. 먼 친척들 중에는 요청이란 이름도 있다고 들었다. 이 정도면 돌림자 치곤 준수했다. 그래서 내 이메일 아이디는 hicle(high+Clean)이다. 한자의  뜻을 영어로 직역했다. 어느샌가 나도 내 이름에 정이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화요'라는 술이 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소주는 엄밀하게 말하는 가짜 소주다. 화학 원료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이기 때문이다. 진짜 소주는 증류식 소주다. 곡물로 담근 밑술을 증류시켜 만든다. 그런 소주들 중에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화요'이다. 난 늘 이 이름이 궁금했었다. 왜 술 이름이 화요가 되었을까? 그리고 최근에서야 이 이름이 불태울 '소(燒)'자의 파자임을 알았다. 소주라고 쓸 때의 바로 그 '소(燒)'자다. 이 글자를 쪼개면 불 '화'자와 높을 '요'자가 된다. 소주 속에 내 이름이 있었다. 아마도 증류시키는 과정을 뜻에 담았을 것이다. 지금은 한자 네이밍를 한글로 바꿔 직접 그 뜻을 알기는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흥미로웠다. 그래서 브랜딩이나 네이밍을 하는 사람들은 글자의 어원에 집착한다. 본래의 의미에 다가가기 위해서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지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백만 명의 사람을 만난다면 백만 개의 답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미롭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좋고 나쁨을 따질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부모들은 그 이름을,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담아서 불렀을 것이 분명하다. 일부 그 범주에 넣을 수 없는 부모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얼마나 어마어마한 사랑이 아이를 향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이다. 브랜드 네이밍을 만드는 과정도 그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자식처럼 여기는 것이 브랜드다. 그 이름에 자신의 철학과 고집과 비전을 담고자 한다. 적어도 그 첫 마음은 그랬을 것이다.


'화요'를 만든 조태권 광주요 회장


이름대로 살아야 한다. 살고 싶은 대로의 이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나답다는 것은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유일하게 태어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나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할 때 가장 '나다움'을 느낀다. 내가 가진 무엇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데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나의 고민을 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10%의 연봉 인상과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나다움'의 영역에서는 우열이 없다. 나다움이 있고 너다움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함께 성장하는 공존이 가능해진다. 서로의 자기다움을 찾아주는 것이다. 나는 매일 글을 쓰고, 누군가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매일 걷고 달린다. 그 이름에 가까운, 본질에 가까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 당신의 이름을 들여다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보라. 가장 '당신다운' 그런 이름을. 그리고 그 이름대로 살아보는 것이다.








* 위와 같은 고민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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